매일신문

주제의식 강한 소설 잇따라 출간

강한 주제의식과 개성 있는 글쓰기로 한국 소설의 지평을 열어가고 있는 작가들의 소설이 잇따라 출간됐다.

이호철씨의 소설집 '이산타령 친족타령'(창작과 비평사)와 원재길씨의 장편'적들의 사랑 이야기'(민음사), 박상우 하성란씨의 2인소설 '눈물의 이중주'(하늘연못), 김인숙씨의 소설집 '브라스 밴드를 기다리며'(문학동네) 등 다양한 층위의 작가들의 작품이 나왔다.

올해 칠순을 맞는 이호철씨의 '이산타령 친족타령'에는 이산과 재회의 와중에서 복잡 미묘하게 얽혀버린 가족과 친족관계를 그린 표제작을 비롯 모두 9편의 중단편이 담겨 있다. '비법 불법 합법' '사람들 속내 천야만야' '아버지 초(抄)' 등 수록작들은 분단과 전쟁, 이산의 아픔을 겪는 민중들의 삶을 일관되게 표현해온 작가의 작품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원재길씨의 '적들의 사랑 이야기'는 남녀 관계를 통해 인간 욕망의 역사를 간단없이 부각시킨 소설. 석기시대부터 현대까지를 시대배경으로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욕망과 애증의 밑그림을 통해 작가는 사랑과 정절의 의미를 되새기고, 효율을 중시하는 세태를 꼬집고 있다.

김인숙씨의 '브라스 밴드를 기다리며'는 폭넓은 시야로 다양한 실존적 위기 국면을 그려낸 소설집. 그리 성공하지 못한 30대 후반의 영화감독이 암 선고를 받아 죽음으로 내몰리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그의 죽어가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주인공 영모는 다른 남자의 애인이기도한 아내의 죽음과 그녀의 환영을 추적해나가다가 오히려 자기 앞에 놓인 삶의 빛과 마주하고 자기 내면을 향해 깊이 응시한다는 줄거리를 담은 표제작을 비롯 극장 매표구에서 일하는 20대 여성, 해직 은행원, 국립대 교수, 카피라이터 등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인의 초상을 그려내고 있다.

한편 박상우 하성란씨의 2인소설 '눈물의 이중주'는 하나의 주제를 두 작가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 앤솔러지 형태로 엮은 소설. 박씨의 '매미는 이제 이곳에 살지 않는다'와 하씨의 '여름 방학'을 제목으로 한 이 소설들은 굳이 분류하자면 경(輕)장편이다.

생의 의미를 눈물과 울음, 생명, 소멸, 폭우, 실종 등의 이미지들과 관련지어 풀어낸 박씨의 이번 소설은 묵직한 존재론적 주제를 내재한 작품이다. 실종된 형과 그의 애인 마린과의 관계를 통해 작가는 인간과 존재에 대한 깨달음, 삶의 단절감과 존재성, 그 연원에의 탐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하씨의 '여름방학'은 이제 막 세상에 눈뜨고 그 질서에 편입되어 가는 골칫덩이 10대 후반 주인공들의 인식을 통해 세상의 굴곡과 단층 현상들을 정밀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