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쓰나가 머리의 'i-모드사건'

경제대국 일본은 인터넷 등 IT분야에서 경쟁국들에 비해 여러가지로 낙후돼 스스로 후진국임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의 초고속통신망 ADSL 가입가구가 1만이 채 못되고, 유선인터넷 인구의 60%가 56kbps이하의 느린 속도를 쓰는 등 PC인터넷 환경이 열악한 실정이다.

하지만 무선 인터넷 분야에서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인터넷 후진국 일본을 단숨에 인터넷 총아로 떠오르게 한 i-모드 사건으로 입장이 180도로 달라졌다. 서비스 시작 2년만에 가입자 2천만명 돌파를 눈앞에 둔 아이모드의 등장은 이제까지 인터넷 분야에서 앞서가던 미국, 한국 등 경쟁국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돌풍 뒤에는 한 여성의 빛나는 통찰력이 자리하고 있다. 마쓰나가 마리(宋永眞理.47). 샛별처럼 떠오른 그녀의 눈부신 성공은 열등생 일본 IT산업에 새로운 피를 수혈, 활력소를 불어 넣은 동시에 기술입국을 지켜나가는 보루로 평가받고 있다.

그녀의 성공 이야기를 다룬 'i-모드 사건(이상욱 옮김,김영사 펴냄)이 우리말로 번역, 출간됐다. 미국 포천지가 '아시아 최고의 비지니스 우먼으로 뽑은 마쓰나가. '아이모드의 어머니라 불릴 정도로 아이모드 성공을 주도한 그가 직접 밝힌 성공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스스로를 '아날로그 인간이라고 말할 정도로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메이지대 문학부를 졸업한 후 취직과 전직에 관한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중개하는 '리쿠르트사에 입사해 잡지 편집장으로 20년간 잔뼈가 굵은 편집인 출신이다. 그런 그에게 아이모드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i-모드는 일본 NTT 도코모사가 개발한 휴대전화. 휴대전화에 무선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접목, e-메일 외에 뱅킹, 레스토랑 가이드, 온라인게임 등을 제공하고 통신 시간이 아닌 사용 데이터 양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시간 부담없이 24시간 인터넷을 사용토록 한 방식이다.

42세에 굴지의 통신회사 도코모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은 그는 왜 도코모가 자신을 스카웃하려는지 의아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잡지는 가장 아날로그적인 매체이고, 당시 그는 휴대폰도 들고다닌 적이 없으며 인터넷의 '인자도 모르는 컴맹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코모가 아이모드 사업을 처음 시작할 무렵 내세운 인선 기준은 그대로 적중했다. 한마디로 아주 이상한 사람, 개성적인 사람들이 바로 아이모드 신화를 만든 것이다. 그는 자신이 도코모에 가서 아이모드 개발에 착수하게 된 것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처럼 우연히 낯선 세계로 들어가 미지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휘말려 버린 것과 같았다고 회고한다. 97년 NTT 도코모의 게이트웨이 비즈니스 기획실장으로 부임한 그는 아이모드 컨텐츠 개발에 착수, 기존 관념을 뒤집는 과감한 발상과 새로운 업무 스타일로 모바일 비즈니스의 신천지를 개척해냈다.

마쓰나가는 일반 대중의 트렌드를 정확히 짚어내는 동물적 직감을 바탕으로 실제 소비자 대중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가장 우선시했다. 기술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던 그는 기술진과 악전고투를 벌이면서도 끝까지 '소비자의 입장 '아마추어의 시각을 견지했다. 철저하게 일반 대중 즉 여자와 아이들도 사용할 수 있는 쉬운 휴대폰을 지향한 그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하는, 아마추어의 강점이 아이모드를 이끌어냈다.

현재 아이모드에서 볼 수 있는 사이트는 3만5천여개를 넘어섰다. 아이모드의 성공은 컨텐츠 사업자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과 저렴한 요금, 단말기와 컨텐츠의 기술개발시점이 잘 맞물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모드를 세계 최고의 무선인터넷 회사로 성장시킨 성공의 이면에는 '볕이 드는 곳에 가는 것이 아니라, 간 곳에 볕이 들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마쓰나가의 강한 집념과 실패를 성공으로 뒤바꾸는 저돌성이 버티고 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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