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맥스'는 한국의 벤처기업들이 가는 길을 먼저 가고 있습니다."휴맥스 변대규 사장은 자신만만하다. 휴맥스는 지난 해 디지털위성방송수신기(셋톱박스) 하나로 수출 1억달러를 돌파했고 유럽유통시장의 절반이상을 장악했다. 변 사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기술력이 있는 제품을 외국에 판 경험이 거의 없다"면서 "이제까지 우리는 노동집약적 제품을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팔았기 때문에 휴맥스가 외국시장에서 경험한 시행착오는 대기업과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휴맥스는 매출의 100%가 수출이다.
휴맥스는 지난 해 1천426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대비 163.68%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 매출목표는 2천500억원. 변 사장은 2003년까지 톰슨 같은 세계 3대 디지털셋톱박스메이커로 성장하고 매출 6천500억원에 시가총핵 2조원대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단기목표로 제시했다.
변 사장은 위성방송수신기시장에 대해 "지난 해 VTR이 연간 4천만대 정도 팔린데 반해 셋톱박스는 3천500만대가 판매됐다"며 "2004년 8천만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해 디지털위성방송사업자를 선정함에 따라 올 연말부터는 본격적인 디지털위성방송시대에 진입하게 된다.
휴맥스의 성장은 매출의 10%이상을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하는데서 비롯된다. 변사장은 지난 해에는 매출액이 크게 느는 바람에 7%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연구인력만도 전체직원 200명의 절반이 넘는 110명에 이른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성공할 제품에만 R&D 비용을 투입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대기업에 비해서는 기술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변사장은 '레지던셜 게이트웨이'라는 홈네트워킹 장비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그는 "이는 셋톱박스에 필요한 기술이고 자체적으로도 성장가능한 기술"이라고 설명하지만 4~5년후를 내다본 투자다.
89년 서울대출신 7명의 엔지니어들이 창업한 벤처회사가 10년만에 세계적인 디지털방송장비업체로 거듭나게 된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휴맥스의 성공은 시장을 미리 내다보는 과감한 방향전환에 있었다. 92~93년 가라오케 바람이 불 때 가요반주시장을 석권한 후 변사장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던 디지털위성방송수신기 개발에 곧바로 착수했다. 제품개발에 성공한 96년 유럽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시장규모가 큰 방송사직구매시장 진입에는 벽이 높았다. 기술력이 검증되지 않은 아시아의 중소회사의 제품을 아예 상대해주지도 않았던 것. 그래서 당시 대기업들이 눈을 돌리지 않던 일반유통시장을 파고들었고 61%까지 시장을 점유하게 됐다. 물론 이는 유럽전체시장의 6~7%밖에 되지 않는다. 일반유통시장에서 평가를 받자 지난 99년부터 방송사 직구매시장 진입에도 성공했다.
변 사장은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개미'(일반투자자)들이 뽑은 올해의 최고경영자로 꼽혔다. 이에 대해 그는 "비전을 제시하고 수익을 나게 해줬기 때문 아니냐"고 간단하게 답했다. 그는 자신의 경영철학에 대해 '고객만족'과 '개인성장'이라는 두가지를 강조한다. "회사와 개인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가끔은 두가지가 서로 충돌하기도 하지만 회사없는 개인이나 개인성장 없는 회사발전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휴맥스는 유럽에 이어 미국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해 삼성전자와 함께 실리콘 밸리에 '크로스 디지털'이란 합작회사를 만든 그는 삼성브랜드로 제품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휴맥스는=지난 89년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 출신 7명의 엔지니어들이 (주)건인시스템을 창업, 92년 가요반주기를 출하, 시장을 석권하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시 판매한 가요반주기가 휴맥스상표였다. 97년 코스닥에 상장됐고 98년 휴맥스로 상호를 변경했다. 셋톱박스를 비롯한 '디지털가전전문업체'인 휴맥스는 또 지난 해 웹브라우저를 내장한 웹박스를 개발하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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