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 일간지 역사왜곡 공방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사를 미화하는 교과서 검정 문제를 놓고 일본의 주요 일간 신문인 아사히(朝日)와 산케이(産經)가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21일 1면 머리 및 해설기사로 '교과서 채택에 일본 정부가 정치적 개입을 않기로 했다'고 보도하자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함께 문제의 교과서 제작에 참여한 산케이신문이 바로 다음날 1면 칼럼을 통해 '아사히 보도는 무엇을 의도하는가'라며 교과서 검정 통과의 당위성을 뒷받침했다.

아사히 역시 22일 '역사 교과서 검정의 행방을 주시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산케이의 입장을 반박했다.

◆산케이신문 칼럼=교육적 견지에서 이뤄져야 할 교과서 검정에 정치적 외압을 끌어들이는 듯한 아사히 보도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아사히는) 작년 7월에도 '새…모임' 교과서 초본과 관련해 사회면에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한국에서 비판적인 보도가 시작된 것은 그 직후다. 아사히는 왜 공정해야 할 작업에 영향을 주려하는가.

어떤 교과서든 검정 전에는 사실의 잘못이나 불균형이 있을 수 있다. 이를 바로잡는 것이 검정작업이다. 검정 후의 교과서라면 비판은 자유이고 우리도 그런 논전에는 참가하고 싶다.

지금까지 교과서 문제는 일본 언론이 문제삼고 중국과 한국이 가세해 일본 정부가 정치개입을 하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교과서는 일본의 미래를 맡을 학생들이 사용한다. 정치가나 공무원들의 당면 외교현안 해결을 위한 도구로 사용돼서는 안된다.

◆아사히신문 22일자 사설='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염려하는 것은 중국이나 한국으로부터의 강한 반발때문이 아니라 교과서제작에 중심적 역할을 해 온 이 모임의 지금까지 주장이 너무나 균형감각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1910년 '한국병합'이 '당연한 조치'였으며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으로 부르고 "400년간의 앵글로색슨에 의한 지배와 속박으로부터 동양 민족을 해방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를 펴고 있다.

이런 주장은 당시 일본 국민의 괴로움과 침략을 당한 사람들을 무시한 일방적인 해석이다.

이런 역사관을 교실에서 가르치는 것은 다음 세대 어린이들을 위해서 정말로 옳은 것일까 하는 의문을 금할 수 없다.

정치가 혼미하고 경제도 침체한 일본은 지금 일종의 자신 상실 상태, 폐색 상태에 빠져 있다. 과거를 미화하는 역사관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분위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산케이 보도 배경=산케이가 일본내 주류를 이루는 보수 우익 성향을 대변하며 아사히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문제의 '새…모임' 교과서 검정 통과에 반대하는 국내외 목소리를 억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산케이는 '새…모임' 및 산케이 계열 출판사인 후소샤와 함께 문제의 교과서를 만든 당사자이다.

산케이는 이미 류큐대의 다카시마 노부요시 교수로부터 "교과서 제작 당사자가 신문지면을 통해 검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이유로 독점금지법 및 교육기본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처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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