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경기 예상보다 심각

세계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제상황이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함을 경고하는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이에따라 일반의 우려도 깊어져 증시가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7일 "1월 중 내구재 생산이 전월보다 6%나 감소해 작년 6월 이래 가장 낮은 2천2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작년 4/4분기엔 경제 성장률이 1.4% 수준으로 둔화된 바 있다. 27일엔 또 주택 판매 또한 급격한 감소세로 반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발표된 2월달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4년 반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의 수익악화 전망과 실업 우려 때문으로, 집계 주체인 '컨퍼런스 보드'는 소비자 신뢰가 다섯달째 계속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날 로런스 린지 백악관 경제보좌관은 "미국 경제가 가파른 하강 국면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 정부가 추이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TV에 출연한 그는 "미국 경제는 작년 9, 10월에 정점에 이르렀었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27일 뉴욕 증시에서는 나스닥 종합지수가 겨우 이틀간 나타냈던 미약한 상승 행진에서 폭락세로 되돌아 섰다. 나스닥 지수는 이날 무려 4.36%나 폭락한 채 장이 마감되면서 2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FRB(연방 준비제도 이사회)가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한 투자 심리가 냉각 상태를 계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시 하락은 일본.홍콩 등에서도 이날 선행됐다.

미국의 경제상황에 대해서는 곧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악화 가능성 역시 적잖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경기 둔화를 주도한 것은 기업부문으로, 이윤이 줄고 판매가 약세를 보인 뒤 재고가 늘자 투자와 생산을 줄이기 시작한 상황을 되돌리기가 쉽잖다는 것.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FRB의 그린스펀 의장은 기업들이 이미 재고를 줄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재고 조정이 과거보다 신속하게 이뤄져 경제가 신속하게 반등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같은 과정이 경기침체 없이 달성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본 투자의 과잉이 심각해 경기침체가 아니더라도 제조업 부문의 가동률은 1992년 이후 최저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는 소비자 신뢰지수로, 그린스펀 역시 과거 경기침체 직전에 "소비자 신뢰의 급작스런 붕괴는 결국 터질 댐에 물이 차 오른 것과 같다"고 비유한 바 있다.

소비자 신뢰의 갑작스런 붕괴로 초래될 첫번째 현상은 대규모 감원이다. 기업들은 이른바 '저스트-인-타임'(적기 공급-생산) 체제에 있어, 재고와 자본 지출을 신속하게 감축할 경우 인력 감축도 신속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외신종합=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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