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修能, 변별력 회복은 옳다

2002학년도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지난해에 비해 어렵게 출제될 것이라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최근 발표했다. 지난해 수능시험이 극심한 점수 인플레로 변별력을 잃고 큰 혼란을 불렀던 점만 상기하더라도 옳은 일이다. 360점 이상의 고득점자가 12만명을 넘고 만점자가 66명에 이른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평가원은 평균점수가 77.5점이었던 재작년 수준으로 출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보다 최소 4.2점에서 최대 9.2점까지 떨어지며, 400점 만점 기준으로 환산하면 16.8~36.8점까지 큰 폭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여 변별력이 회복될 전망이다.

수능은 학생 선발 자료로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느냐가 목적이다. 그런 잣대가 되지 못한다면 무엇 때문에 엄청난 예산을 들여 수능시험을 치를 필요가 있겠는가.

대학 입시는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하며, 시대에 맞게 창의력도 간과해선 안된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든 학생들을 서열화시켜 선발할 수밖에 없고, 그 기준은 기본적으로 학력이어야 한다. 대학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형자료 중 수능시험이 가장 객관적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돼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난이도가 낮은 학업성적시험(SAT)을 치르지만 난이도가 높은 시험을 하나 더 치른다. 쉬운 시험이 학업성적이 낮은 학생들을 변별하는 장치라면, 어려운 시험은 우수한 학생을 가려 뽑는 구실을 하고 있지 않은가.

2002학년도 대입에 대해서는 그간 우려 소리가 높았다. 대학별 전형이 다양해지고, 9등급제로 수능의 비중이 낮아지는 데다 그 점수에 의존하는 특차선발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9등급제로 바뀐다고 해도 과목별 가중치 등이 전형요소가 되므로 수능의 변별력은 여전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소외된 사람들에게까지 희망을 안겨 주는 것은 능력을 제대로 재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과외가 더욱 기승을 부릴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학교 공부만 잘하면 입시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만 할 것이다.

수능시험이 어려워지면 그 부담을 피하기 위해 1학기 수시 모집에 대거 몰리고 대학생 재수생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 정도는 변별력을 잃은 수능이 부른 혼란에 비하면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학생들은 수능에 신경을 써야 하고 학생부 성적, 심층면접 등의 부담도 안고 있다. 학생부가 학교간의 차이로 불이익을 받는 학생이 없도록 교육 당국은 각 대학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최대한 제공해 주는 일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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