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이라고 하면 흔히들 정규 급식만 생각하기 십상. 그러나 학생들 건강에 그 못잖게 중요한 급식원은 교내 매점이다. 학생들이 배를 채우려 매점으로 달
려가기 때문이다.
점심시간도 되기 전인 대구시내의 10평이 채 안되는 ㅅ고 매점. 쉬는 시간 종이 울리기 무섭게 학생들이 교내 매점으로 들이닥쳤다. 빵이며 과자·우유·음료수를 먼저 사기 위해 밀치고 당기는 가운데 고함소리까지 오갔다. 난민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장면.
"전쟁입니다. 4층 교실에서 뛰어 내려오면 벌써 꽉 차 있습니다. 눈치껏 비집고 들어가지 않으면 매번 허탕쳐요. 안 사먹으면 점심 시간까지 배 고파서 버틸 수 없습니다". 김밥도 팔 것 같은데 보이지 않아 물었더니 매점 관계자는 "3교시가 끝난 뒤 다 팔렸다"고 했다.
2학년인 최군은 이 매점에서 하루 평균 2천원 정도를 쓴다고 했다. 오전에
김밥.콜라, 오후에는 빵이나 과자. 급식당 메뉴가 마음에 안드는 날엔 아예 매점으로 와 버린다. 부모로부터 매점용 용돈을 따로 받는다고 했다.
이렇게 중요한 곳인데도 학교들은 매점의 위생에는 거의 마음을 쓰지 않고
있었다. 구석구석 챙기는 급식당과는 전혀 딴 판. "사고가 나도 매점 책임"이라고 했다. 학교 급식의 안전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여러 기관들도 취재했지만, 매점 음식을 점검했다는 자료는 하나도 구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매점에는 제조업체 조차 불확실한 패스트푸드가 진열대에 잔뜩 쌓여 있었다. 일반 가게에선 구경도 할 수 없는 제품들이었다.
지난달 식중독 사고가 났던 한 고교에서도 학생과 영양사들은 매점의 햄버거.샌드위치에 의혹을 두고 있었다. 한 교사는 "시장에서 떼 온 김밥을 썰어 플라스틱 팩에 넣어 판다는데, 믿고 먹여도 되는지 걱정"이라고 했다. "한 학생은 다른 학교 매점을 운영하는 부모가 '학교서 파는 부침개는 절대 먹지 말라'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너무 놀랐지요". 또다른 교사가 안타까와 했다.
매점에서 파는 음식의 가격도 문제. 상당수 매점에서는 빵.과자류 값을 포장지에 적혀 있는 대로 받고 있었다. 우유는 거의 450원, 콜라는 500원, 캔 커피는 600원 정도 받는 것 같았다. 학교 앞 슈퍼보다 30~40% 비싼 값. 기자가 조사해 보니, 200ml 흰 우유의 할인점 가격은 ㄷ사 280원, ㅅ사 320원이었다.
하지만 매점을 10년 가까이 운영 중이라는 한 주인은 꼭 그렇게 비교할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 "바깥에선 24시간 장사하지만 우리는 쉬는 시간 10분과 점심시간만 쳐다 보는 반짝장사 아닙니까? 게다가 임대료·인건비로 매달 200만원 이상 지출되지요. 그렇게 남는 장사도 아닙니다".
과연 그럴까? 36개 학급이 있는 한 학교, 1개 반 40명 중 절반이 하루 1천원을 쓴다면 하루 매출은 72만원, 한달 1천400여만원에 이른다. 마진율이 30%라면 수익은 430여만원. 대구 한 고교에서 작년에 공개입찰에 붙이자 참여자가 무려 20명을 넘었다. 학교에 낼 일년치 임차료의 최종 낙찰가는 2천800여만원. 수의 계약할 때는 500만원에 불과했다. 대구 ㄷ고 동창회에서 조사한 것도 있다. 학생에게 설문해 산출해 봤더니, 월 수익은 800만원. 인건비·전기료 등으로 300만원을 빼도 매달 500만원이 남겠더라고 했다.
그런데도 왜 학교들은 싼 값에 세를 놓을까? "사립은 재단 친인척, 공립은 교육청이나 학교장과 친분 있는 사람이라야 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많은 교사들의 일치된 의심이었다. 시교육청 관계자도 인정했다. "학교에 기여를 많이 한 사람이나 교육계에 오래 있었던 분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겁니다".
전교조 대구지부 임전수 정책실장은 이를 매섭게 비판했다. "올해부터는 '학교 회계제'가 도입됐지 않습니까? 임대료를 많이 받을수록 학교 예산이 늘어 나 장학금 등 그만큼 학생 복리사업을 늘릴 수 있습니다". "한 자동판매기 업자가 음료수와 컵라면 자판기를 설치토록 해 주면 수익금의 반을 학교에 내겠다고 제의했습니다. 그러나 교장이 거절했지요". 한 교사도 의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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