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이 한반도를 위기감 속으로 몰아 넣었던 지 벌써 10여년. 그런 일이 있었던 지조차 많은 시민들이 잊어 버린 지금에 와서야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태풍이 돼 우리 농업을 휩쓸고 있다.
UR 폭풍이 불더라도 이겨낼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국가가 100조원 가까운 돈을 농업에 쏟아 붓기 시작한 지 올해로 만 10년째. 단일 사업비로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며 엄청나게 쏟아 부은 돈들은 어디로 갔는지…. 호주산 생우가 수입되자 축산농들은 목숨을 걸다시피 저지에 몸을 던지고, 중국 마늘의 파괴력에 농민들은 날마다 목이 쉬어라 고함을 질러대고 있을 뿐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소식은 어디로부터도 들리지 않는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농업인 의식 분석에서는 농촌 생활에 대한 반응이 사상 최악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 생활이 좋다"는 대답이 1993년 50.3%로 정점을 기록한 뒤 갈수록 떨어져 이제는 15.1%에 불과하게 됐다. UR협상이 시작되던 1986년 연 599만원으로 도시근로자(568만원)를 앞섰던 농가 소득은 그 이듬해 역전된 뒤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반면 농가당 부채는 눈덩이처럼 늘어 1987년 239만원이던 것이 1996년 1천173만원, 1999년 1천853만원으로 급등하더니 작년에는 2천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돼 있다.
뒤따르는 것은 이농대열. 농촌 인구는 1985년 852만명에서 1999년 421만명으로 절반 이상 또 줄었다. 이제 노인들만 남아 60세 이상 농촌인구가 1985년 117만명에서 1999년에는 135만명으로 늘었다. 농촌 3명 중 1명(32%)이 노인인 것이다. 자녀들에게 농사를 물려주겠다는 농부가 3.5%밖에 안된다는 조사도 있다.
반면 농림축산물 수입은 급증, 1996년엔 109억4천만 달러에 달했다. 자연히 식량 자급률은 하락, 1990년 43.1%에서 2000년엔 28.4%로 추락했다. 식량 안보까지 위협당하고 있는 것이다.
경북대 농경제학과 이호철 교수는 "사회·교육 등 균형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은데다 경제난 후유증까지 이제야 나타나기 시작, 농촌 경제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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