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랑의 땀방울-(4)시각장애인 녹음봉사 채성희씨

채성희(41)씨는 시각 장애인들의 '까만 세상'에 빨주노초파남보 색칠을 하는 사람이다. 올해로 시각 장애인들을 위해 녹음 봉사를 한지 11년째.

채씨의 일은 기독교 신앙관련 월간지를 녹음 테이프 도서로 만드는 일이다. 매달 한두 번씩, 한 번에 두 시간 이상 걸리는 작업. 그렇게 만들어진 녹음 테이프는 아직 점자에 서툰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훌륭한 한 권의 책이 된다. '까만 세상'에 지칠 대로 지친 장애인들은 그 덕에 매달 발행되는 잡지를 꼬박꼬박 챙겨 읽을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자원 봉사'라면 취미활동 마냥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십상. 하지만 채씨는 11년간 녹음시간에 지각하거나 결석한 일이 없다. 만삭의 몸으로도, 6개월 짜리 갓난아기를 등에 업은 채로도 그녀는 이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대구시 북구 태전동 집에서 중구 남산동 포도나무 선교회 녹음실까지 버스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이 거리는 어린 시절 다리 관절염을 앓았던 채씨에게 결코 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서 힘들거나 귀찮은 기색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유난히 예쁜 목소리를 타고난 덕분에 성우가 되고 싶었다는 채성희씨. 그녀는 성우 대신 자원 봉사자가 되었고 많은 시각 장애인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다. 그녀는 요즘 수화 배우기에 도전하고 있다. 이제는 말 못하는 이에게 말을 건네고 싶기 때문이다.

"봉사라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니 오히려 제가 고맙지요". 민망해 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주부였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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