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개헌문건 어떻게 된 것인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때 평화협정체결 등 성과가 있으면 이를 계기로 개헌을 하고 민주당과 자민련 등 3당이 합당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문건이 보도되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문건 작성자가 바로 민주당 김대중 총재 특보라는 데서 충격적이다. 물론 민주당은 '당과 관련 없는 문건이고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해명하고 있으며 당사자는 이를 부인하면서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사태추이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선 지난해 10월 김 대통령은 "남북문제에 대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할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 고 했고 지난달에는 민주당 일부가 통일헌법공론화를 내용으로 하는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적어도 공식문건은 아닐지 몰라도 민주당 관계자들에 의해 작성된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이렇게 된다면 민주당은 통일을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어느 정당이고간에 정권재창출은 바로 희망이자 본질이다. 따라서 이를 위한 노력은 말릴 수 없다. 그러나 해야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 것이다. 통일의 정략적 이용이야말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언젠가는 만들어야 할 통일헌법이기는 하나 문건과 같이 다급한 일정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명분에서는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햇볕정책이 국민으로부터 불신을 받는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정략적 이용의 조짐 때문이 아닌가. 이는 분명 통일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 문건에 나오듯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3당 통합 등을 포함한 각종 정치적 책략은 너무 작위적이고 책략적이 아닌가 하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 땅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가장 신장시킨 정권이 되겠다는 케치프레이즈를 내세운 정부인만큼 이에 걸맞은 평가를 받으려면 명분을 세우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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