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에게 水深(수심)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김기림 '바다와 나비'
무더위를 피해 백만 인구가 모여들었던 여름바다도 이제 텅 빌 시간이 가까워 지고 있다. 현실에서 바다는 더위를 식혀줄 시원(始原)과 상쾌의 공간이다. 그러나 이 시에서 바다는 냉혹한 현실의 비유로서 바다이다.
근대적 이상을 추구했던 연약한 시적 자아가 바다를 청무 밭인가 오인해서 내려갔다가는 그만 물결에 어린 날개가 지쳐 되돌아 오고만다. 이 시를 읽으면 세파의 고달픈 일상에 허우적거리는 내 주변의 숱한 나비들의 초상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안타깝게도.
김용락(시인)































댓글 많은 뉴스
李 대통령 지지율 57%…긍정·부정 평가 이유 1위 모두 '외교'
대장동 민간업자 김만배·유동규 1심 징역 8년…법정구속
삼국통일 후 최대 국제이벤트 '경주 APEC' 성공(종합)
경찰, '공직선거법 위반' 김문수 전 대선후보 검찰 송치
시진핑에 '최고급 바둑판' 선물한 李…11년전 '바둑알' 선물에 의미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