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트리니다드 태생의 영국 소설가 V S 네이폴은 오래전부터 수상자 후보로 거론돼 온 작가다.
한국에도 '미겔 스트리트'(민음사간.80년대 초) '세계 속의 길' '자유국가에서'(이상 문학세계사간.96년) '흉내'(강간.96년) '거인의 도시'(강간.97년) 등 대표작이 번역, 소개됐을 정도로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그의 문학세계는 그가 처한 독특한 중간자적 위치에서 나왔다. 즉 인도 북부에서 옮겨온 이주민 3세로 영국 식민지에서 태어났고, 영국 옥스퍼드대에 유학한 뒤 그곳에 정착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래서 식민과 탈식민, 전통과 근대, 유럽과 비유럽의 구도로 탈식민지 사회의 문제를 형상화하기에 좋은 출신 배경을 지니고 있다.
영국 문단에서 "유럽 대륙에 뿌리내리고 살면서도 제3세계인의 감수성을 잃지 않은 작가, 선진 제국의 식민지주의가 제3세계에 입힌 상처를 고발해 온 역사의 증언자"란 평가와함께 '제3세계의 솔제니친'이라는 찬사를 들으면서 71년 영국 최고권위의 부커상, 94년 데이비드 코언상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태생지에 대한 기억과 영국 유학 경험을 쓴 '세계 속의 길'에서 식민주의자들의 제3세계 유린과 식민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다뤘다. 제3세계 사람들의 삶과 정체성 찾기는 부커상 수상작인 '자유국가에서'에서도 잘 나타난다.그의 작품세계는 또 서구 식민주의를 고발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들이 떠나간 피식민제국의 현실을 비판했다는 데 특징이 있다. 이런 점때문에 '오리엔탈리즘'의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로부터 '백인의 검둥이'란 말을 듣기도 하는 등 찬사와 혹평이 엇갈리기도 한다.
아프리카 신생 독립국을 배경으로 독재자(모부투)의 부패를 그린 '거인의 도시'에서 제3세계에 대한 그의 시각은 비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전적 소설 '흉내'에서도 식민지에서 벗어난 제3세계의 정치 현실이 식민지배 국가를 흉내낸다는 비판적 내용을 담고 있다.'거인의 도시'를 번역한 한국과학기술원 김영희 교수는 "네이폴이 트리디나드 태생이긴 하지만 인도 계열이기 때문에 백인과 원주민의 중간에 섰었고 작품에서는 서구를 비판하면서도 서구의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여 줬다"고 평했다.
고부응 중앙대 교수는 "네이폴은 서구사회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자신의 출신지인 비서구사회가 식민지배에서 벗어나자 더 우스꽝스러운 짓을 했다는 시각을 보임으로써 서구독자들의 호응을 얻은 측면이 있다"면서 "이런 점은 서구의 구미에 맞는 작가를 골라낸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노벨문학상의 한계를 드러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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