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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예술작품 파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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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우 선생은 "죽을 때는 조용하게 낙엽 지는 밝은 달밤이면 좋겠다"는 표현을 몇 번 내비치셨는데 정말 "달 밝은 가을밤에 창 밖의 낙엽 소리를 들으며 곱게 져버리리라"시던 소망대로 되셨는지 모르겠다. 주위의 어른들을 보면 자연 문득 가까이 다가와 있는 죽음을 내다보는가 싶다.

호암미술관에 있는 단원의 '추성부도'는 죽음을 앞둔 말년의 화가가 지닌 일종의 비애감에 가까운 심회 같은 것을 깊게 느끼게 한다. 그림 속에는 두 종류의 의도가 있다. 고의로 의도한 것과 그렇지 않은 의도가 그것이다. 흔히 화가의 의취라는 것은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우리를 공감시키는 보다 근본적인 것이다.

서양의 중세 미술에는 직접 해골을 그려 넣거나 죽음을 잊지 말라는 '머멘토 모라이(memento mori)'라는 문구를 넣어서 죽음을 상기시키는 그림이 많다. 아마도 젊음의 방종한 삶을 경계하라는 뜻이었으리라. 그러나 그림에서 이런 교화주의는 설득력이 없고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그림 그 자체에서 기인되는 어떤 정서이다.

'추성부'는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를 듣고 적막해져 가는 가을의 자연현상을 인생의 무상함에 빗대어 노래한 구양수의 시제이다. 단원이 생의 마지막에 이 시의 의취를 살려 대작의 화면에 옮겼는데 회한 많은 한 인간의 자연에 대한 깊은 관조가 표현되어 있다. 그의 절필화로 언급되는 이 그림에는 슬픔과 평온함, 일종의 파토스가 느껴진다. 착해지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 착해지려고 하는 것이 보이기 때문에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버나드 리치의 말처럼 시나 예술도 의도가 보이면 아무도 공감하지 않는다. 파토스는 없고 일종의 포만감을 주는 그림을 보면 곧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파토스만이 예술적 가치는 아니다. 애정으로 가득찬 섬세한 명랑성은 그 맞은편에 있는 같은 무게의 것이다. 명랑성이나 비애감이나 우리는 예술작품에서 그런 감정을 이해함으로써 삶을 관조할 수 있는 마음의 고요와 평화를 얻게된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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