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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월급체계는 직업별, 직급, 학위, 근속 연수 등에 따라 구분돼 있다. 북한만큼 월급체계가 세분된 곳도 드물 정도로 세세하다.

대졸 입사자에게는 '기사'급수가, 고졸자에게는 '기능'급수가 매겨진다. 보통 1급부터 7급까지다. 2, 3년에 한번씩 급수 향상을 위한 검정시험을 치른다. 급수별로 월급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다. 의사, 은행원 등 전문직은 물론 이발사까지도 1급부터 7급까지 급수가 매겨져 있다.

근무 기간에 따른 연한 승급 조정은 2년마다 있는데 대개 한 번에 1, 2% 정도 오른다. 북한은 인플레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물가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은 없다.

북한 최대 제철소인 김책제철연합기업소를 보면 대졸 노동자는 고졸보다 10~20%를 더 받는다. 대개 큰 연합기업소의 고졸 초임은 60~70원(노동자 월평균임금 100~150원·2.15북한돈=1달러), 대졸은 80~90원이다. 용광로 같은 위험하고 힘든 곳에서 일하면 조금 더 받는다.

노동자 중 월급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탄광이다. 15~20년 근무경력 경우 500~600원 정도다. 내각의 상(장관) 월급(350원)이나 20년 경력의 교수(400원 정도)보다 많다. 그렇다고 광부가 인기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월급이 많아도 일이 힘들어 자원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달 월급으로는 외제 담배 한갑 사기 힘들고 술 한잔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은 부업에 나선다. 집에서 가축을 기르거나 장사를 한다. 돼지 한마리 잘 기르면 1년치 월급 이상을 벌 수 있다.

북한은 더 이상 월급으로 사는 사회가 아니다. 식량과 생필품 공급체계가 무너지면서 월급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당간부들에게는 생필품이 국정가격으로 공급되지만 일반 주민들은 대부분 장마당같은 데서 구해야 한다. 돼지고기 1kg이 국정가격은 3, 4원 정도지만 암시장에서는 50~60원을 호가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직장을 떠나지 못한다. 마음대로 직장을 그만둘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나마 식량 배급이라도 받으려면 직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월급날은 대개 말일이며, 현금으로 지급된다.

최재수기자 bio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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