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이글 타는 해가 북경공항을 달구고 있었다. 2001한국청소년 오지탐사대 중국 곤륜산맥(崑崙山脈)팀 11명이 지난 7월 12일 한증막 같은 대륙의 수도 북경에 도착했다. 카터에 산더미 같은 짐을 싣고 공항 밖을 나서자 수은주가 38℃를 육박했다. 뜨겁게 달궈진 중국 심장부의 한낮 기온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탐사대원들은 북경의 뜨거운 날씨보다 더 가혹한 시험을 치러야 했다. 낯선 음식과 잠자리, 설렘과 두려움 섞인 신강성 곤륜산맥의 무즈타가타(幕士塔格山.Muztagata ) 등반.16박 17일을 견디고 이겨내야 할 대탐사가 막이 오른 것이다. 대원들의 얼굴은 비장한 각오로 번득였다. 신강성의 성도 우루무치(鳥魚木薺)로 떠나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북경에 머물던 7월 13일, 인구 1천280만명인 북경시가 폭죽과 함께 폭발했다. 이날 밤 2008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던 다섯 개 도시 가운데 북경이 마지막 승자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중국등산협회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중국등산협회 사무실 TV를 통해 올림픽 위원회 총회 장면을 지켜보던 탐사대는 이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다.
지난 89년 천안문사태를 주도해 옥살이까지 했다는 중국등산협회 직원 이서평(李舒平)씨는 "중국이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됐다"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방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북경을 출발, 우루무치를 경유해 실크로드의 중간 기착점 카시(喀什)를 거쳐 나아가면 최종 목적지 곤륜산맥의 무즈타가타산과 대면을 하게 된다.
중국 서쪽 끝자락에 놓여 유럽과 중국을 악수시킨 도시 카시를 벗어나 무즈타가타산의 관문 카라쿨리 호수를 향했다. 카시와 카라쿨리를 잇는 길은 자동차 2대가 스치듯 겨우 지나칠 정도로 좁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찾아 볼 수 없는 거대한 '흙 산'이 길을 따라 끝없이 펼쳐져 피곤에 밀려오는 잠을 깨웠다. 바람이라도 불면 금세 흙먼지로 뒤덮여 버스를 삼켜버릴 듯 했다. 길가에 띄엄띄엄 자리잡은 집조차 흙벽돌을 쌓아 올려 세상이 온통 흙 천지다. 흙먼지를 날리며 5시간을 달린 버스가 카라쿨리 호수에 도착하자 하늘에 닿을 듯 말 듯 만년설이 덮인 해발 7천723m 무즈타가타산이 그 웅장함을 드러냈다.
히말라야가 세계의 지붕이라고 했던가. 무즈타가타는 '눈(Muz) 산(tag)의 아버지(ata)'라고 불리고 있다. 스웨덴의 한 의사가 그 높이와 수려한 자태에 놀라 위구르어로 처음 붙인 이름이다. 굳이 한자어로 표현하자면 '빙산지부(氷山之父)'쯤 될 것이다. 산사람들이 '흰 산'이라 부르는 '만년설이 쌓인 산' 가운데 으뜸이 바로 무즈타가타라는 말이다.
곤륜산맥은 해발 5천m를 훌쩍 넘는 산봉우리들을 꿰어 2천500㎞를 달음박질해 계곡과 시내를 만들고 중국의 젖줄 황하와 양자강에 물을 댔다. 중국 대륙에 솟아 있는 크고 작은 산들은 해발 7천723m 고산 무즈타가타를 바라보고 있다.
무즈타가타가 빚어 낸 광활한 초원에서 위구르족과 키르키(Kirkiz)족들이 목축을 하고 있었다. 어김없이 찾아온 7월 여름이 시작되자 남자들은 해발 3천900m 이상 고지대로 양떼를 몰고 올라가 풀을 먹이고 마을에는 여자들만 남았다. 무즈타가타는 이들에게 일년 열두달 가운데 단 석 달의 풍요만을 허락한다. 석 달의 여름동안 무즈타가타의 주민들이 들풀로 양을 살찌우고 9월이 돌아오면 무즈타가타는 긴 겨울을 불러와 천하를 얼리고 만다.
카라쿨리 호수에서 무스타가타의 발 밑에 놓인 스바쉬(Shubashi)마을까지 통하는 길은 공식적으로 매년 5월1일에서 11월30일까지만 열린다. 하지만 눈이 너무 많이 내려 7~9월 여름철이 아니면 스바쉬로 들어 갈 재주가 없다고 한다.
넓은 초원이 하늘과 맞닿은 스바쉬 마을에는 빙하수를 머금은 들꽃이 지천에 깔려 있다. 위구르들은 자연과 함께 숨쉬며 살아가고 있었다. 냇가를 따라 흘러내리는 빙하수를 떠다 마른 목을 축이고 풀을 뜯는 당나귀 옆에 비스듬히 누워 들꽃을 쓰다듬고 있었다.
탐사대는 무즈타가타를 겨냥했다. 무즈타가타의 발 밑에서 무즈타가타가 내어 준 물과 양식에 의지해 살아가는 위구르인들과 외부세계에 거의 알려진 게 없는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글.사진=장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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