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함량미달, 한국인권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잡아 가둔 한국에서의 지긋지긋한 세월을 어디서 보상받아야 합니까". 네팔출신 찬드라 쿠마리 구릉(44.여)씨. 한국의 섬유공장에 취업했다가 정신병자로 몰려 6년반동안 경기도 용인의 한 정신병원에 수용된 끝에 지난 3월 풀려난 뒤의 절규는 이처럼 피맺혔다. 경찰의 착오라고 담당의사에게 딱한 사정을 계속 설명해도 믿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소용이 없어 나중에는 아예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며 한국이라는 나라는 생각지도 않을 것이라며 치를 떨었다.

우리나라의 인권의식은 여전히 함량미달이라는 평가다. 10일 인권의 날을 맞아 대한 변호사 협회가 낸 '2000년 인권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인권상황을 과거청산과 개혁작업에서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지만 우리 국민들의 인권에 대한 의식은 외국과 비교할때 뒤처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변협이 꼽은 대표적인 인권침해의 예(例)는 지난해 6월에 발생한 롯데호텔 농성노동자 진압사건과 정신병자로 몰린 네팔출신 여성노동자의 정신병원 감금 등을 꼽았다. 우리의 인권상황은 염려할 수준이라는 평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의 증명은 지난달 26일에야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한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제 겨우 인권영역에 대한 국가의 적극 개입이 가능해 진 것 아닌가. 여태까지 공권력이 자행한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은폐.엄폐가 일쑤인 듯한 인상이 짙은 것도 사실이다. '수지 김' 사건과 같은 일들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못하는 게 우리의 현실로 볼 수 있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국가인권위원회 발족은 인권환경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것을 의미한다. 인권운동의 전기(轉機)로 평가할만하다.

인권위원회가 넘어야 할 장애는 많다. 시행령과 직제 등을 둘러싼 부처간의 이견(異見)도 극복해야 하고 사회발전 수준과 인권상황의 절충점 모색도 숙제다. 무엇보다 인권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변화 모색이 중요한 일이다. 이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운동가들만의 몫이 아니라 국가차원의 접근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서부터 교육이 첩경일 것이다. 학교는 물론 사회, 가정 등에서 체계적인 교육이 우리나라의 인권현실을 개선하는 지름길이 아닌가.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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