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대학생 職業觀 '충격'

옛날에는 덕(德)이 있는 인사를 '고불(古佛)'이라 불렀다고 한다. 조선조 세종 때의 재상 맹사성(孟思誠)과 최윤덕(崔潤德)이 그런 칭호를 받았던 인물이다. 청렴했던 맹사성은 고향에 갈 때 말 대신 소를 타고 갔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무장 출신인 최윤덕도 모친 상을 당해 고향으로 가면서 종 한 사람과 동행할 정도로 행차가 초라했다. 개령에서 어떤 술자리를 지나칠 때 술취한 수령이 낮잡아 보며 혼쭐을 내려고 행패를 부리려 할 정도였다. 나중에 알아보고 수령이 혼비백산했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지도층 인사들이 '고불'은 못 되더라도 날이 갈수록 권위와 덕이 땅에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국민의 신뢰는 물론 처참할 정도로 비하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정치인·공직자들의 부정부패와 반윤리 행태가 끊임없이 되풀이되면서 우리 사회는 지위의 높고 낮음과 신뢰의 깊고 얕음이 반비례하는 현상마저 골이 깊어지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환경미화원을 가장 존경하는 직업으로, 소방공무원을 국가·사회적 공헌도와 청렴도가 가장 높은 직업으로 꼽은 반면 국회의원을 이 모든 점에서 최하위로 꼽아 충격적이다. 인하대 김흥규 교수의 대학생 직업관 조사에 따르면 존경도는 환경미화원(10점 만점에 8.27점)·농부와 어부(8.14점)·소방공무원(7.83점), 공헌도는 소방공무원(8.55점)·환경미화원(8.35점)·교사(7.92점), 청렴도는 소방공무원(7.34점)·대학교수(7.08점)·신부(7.04점) 순이다.

▲반면 가장 낮은 점수는 존경도에서 국회의원(2.78점)·국무위원(3.79점), 공헌도에선 국회의원(4.32점)·모델(4.92)·배우와 탤런트(5.20점) 순으로 나타났으며, 청렴도에서도 국회의원이 2.78점으로 꼴찌다. 이는 김 교수가 지난 1996년의 비슷한 조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직업이 판사와 검사·의사·변호사 순이었던 것과 비교하더라도 엄청난 차이를 보이며, 지금 우리 사회의 지도층 인사와 기성세대가 얼마나 부정적으로 보이는가를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직업은 천직'이라는 말이 있다. 예로부터 '직업에는 귀천(貴賤)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대학생들이 국회의원·국무위원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처참할 정도로 비하하는 반면 환경미화원·소방공무원을 가장 존경하고 공헌도와 청렴도도 제일이라고 꼽은 것은 결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영향력이 큰 직업을 가진 인사들부터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반과 가치관이 더 허물어지지 않고 회복될 수 있는 길 찾기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인 것 같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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