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페라속에 찾는 삼의 카타르시스

화려한 드레스 입고 과장된 몸짓으로 무대에서 목청을 돋우는 뚱뚱한 소프라노 가수,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오페라 하우스에 우아하게 들어서는 상류층 귀부인과 연미복 차림의 신사. 오페라 하면 흔히 떠오르는 이미지다.

서울에서 연일 매진사태를 기록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 연출자 김학민씨의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는 오페라 7편을 선정, 쉽게 설명해 줌으로써 오페라가 서양 사람들의 호사스런 귀족 취미라고 여기는 선입견을 해소시켜 주고 있다.

미국에서 오페라&뮤지컬 연출법을 공부하고 돌아온 저자는 "오페라라면 왠지 무겁고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보는 것이라는 괴리감이 오페라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는 영화 등에서의 과장된 표현이 만들어 냈을지도 모르는 잘못된 고정관념은 오페라의 본질이 아니라고 말한다. 음악과 연극의 다양한 표현들을 총동원해서 보여주는 삶의 진실성에 오페라의 살아 있는 감동이 있으며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속에서 삶의 단편들을 발견해내는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오페라만의 카타르시스라는 것.

저자는 오페라가 전달하는 인생의 진실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면 어려운 용어와 대가들의 이름은 몰라도 된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대가들의 이름과 온갖 이론, 형식들은 오히려 오페라 감상의 진정한 방해요소라고 설명하고 있다. 오페라 속에 담긴 시대를 초월한 인생의 진실을 보는 것과 한편 한편의 오페라가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느끼느냐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오페라 이해를 돕기 위해 '사랑'이라는 주제를 선택했다. 남녀노소,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를 가리지 않고 함께 나누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사랑은 인간의 심금을 울리는 영원한 주제이기 때문.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에는 약혼자를 죽인 적국 기사와의 비극적인 사랑이 그려진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비롯, 비제의 '카르멘',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베르디의 '오텔로', 모차르트의 '코지 판 투테', '돈 지오반니', '피가로의 결혼' 등에 숨어 있는 7가지 색깔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자, 사랑을 잃은 자, 사랑을 배신한 자, 사랑을 시험한 자 등 오페라 속에 녹아 있는 여러 사랑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랑을 하고 있는지 짚어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명진출판 펴냄, 232쪽, 9천900원.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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