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세집 월세 전환에다 물량도 없다

정모(36·회사원)씨는 수년간 살던 대구시 수성구 시지를 떠나 지난 연말 경산시 옥산지구로 이사했다.

집주인이 전세 5천만원이던 25평 아파트를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10개월치) 550만원으로 임대방식을 바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떠나는 게 아쉬워 시지지역 아파트를 샅샅이 찾아봤으나 전세값이 1천만원 이상 뛴 데다, 전세물건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경산의 같은 평형 아파트를 전세 5천만원에 들어간 정씨는 경산지역도 전세가 월세로 줄줄이 바뀌는 것을 보고 그나마 위안을 삼았다.아파트를 중심으로 세입자들에게 부담이 큰 월세가 성행, 대구지역의 경우 1년전 5대5이던 전·월세 비율이 지금은 90% 이상 월세로 바뀌었다.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은행금리가 급락한 지난해초 부터 생겨난 월세 전환 현상은 올들어 이사철을 앞두고 더욱 심해져, 보통 보증금 1천만원에다 월 1%의 금리를 적용한 월세 10개월치를 한꺼번에 받는 사글세 형식이 성행하고 있다.

이 바람에 대구지역 전세아파트 품귀현상을 보이며 1년전보다 20~30% 값이 뛰었으며, 월세 부담을 못이긴 서민들은 경산, 달성, 칠곡 등 대구외곽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28일 낮 수성구 신매동 ㄷ공인중개사. 유리벽에 붙은 아파트 전·월세 3건 모두 보증금과 월세 가격을 기재, 전세 6천500만원인 25평형 경우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는 550만원이었다. 인근 5개 공인중개소에 나와 있는 전·월세 아파트 9개 역시 전세는 하나뿐 모두 월세였다.

공인중개사 박모(51)씨는 "1년짜리 예금금리가 4%대이기 때문에 전세보다 월세로 빠지는 이익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생기고 있다. 그나마 월세를 구하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더욱이 월세의 기준으로 삼는 전세값도 급등, 시지지역 경우 19평형 4천만원, 22평형 5천5백만원, 25평형 6천500만원 등으로 지난해 이맘때보다 20% 정도 뛰어 이사철을 맞는 서민들을 짓누르고 있다.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집값 부담이 적은 달성군, 북구 및 달서구 외곽, 경산지역 등으로 빠져나가는 '엑서도스 행렬'이 증가하고 있다.

수성구청 관계자는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달성, 경산 등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수성구의 인구가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 외곽지역 전세아파트들도 점차 월세로 바뀌고 있다. 달성군 다사지역 경우 전세 4천만원이던 24평형 아파트가 최근 보증금 1천만원, 월세(10달치) 300~350만원으로 바뀌었고, 북구 구암동도 전세 5천500만원인 24평형 아파트가 보증금 1천만원, 월세(금리 월 1.2%적용) 500~5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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