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예천에도 미군 오폭, 억울한 죽음

한국전쟁 당시 경북 예천군 보문면 산성리서 미 공군의 오폭으로 민간인이 대량 살상됐다는 미 국방부 공식문서가 나옴으로써 산성리 양민학살사건이 사실로 드러난 것은 의미심장하다.

2000년 비밀에서 해제돼 민간에 공개된 미 8군 공식문서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어떠한 적군(북한군) 피해자도 발견되지 않았고 또 미 8군 사령부가 요청한 장소가 아닌 곳에 폭격한 것으로 돼 있어 미 공군의 오폭으로 민간인들이 무고하게 희생된 것이 미군자체의 기록으로 명백하게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는 한국전쟁 중 미군에 의한 민간인 사살 의혹사건은 모두 61건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있는데 미군 문건에 의해 살상이 확인된 것은 노근리에 이어 예천 산성리가 두번째이고 정확하게 지명이 언급된 것은 처음으로 미국도 더이상 발뺌할 수 없다고 본다.

우리는 이와관련, 지난해 1월 한·미 양국정부가 노근리사건 조사보고서에서 항공기 기관총사격 여부에 대해 "출격임무 결과 보고서를 찾을 수 없었지만 공중공격의 발생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는 모호한 결론을 낸 바 있지만 이번 예천 민간인 폭격은 발포 명령자가 명백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것이 비록 오폭이라 하더라도 명확한 증거가 드러난 만큼 한·미 양국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에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미국은 노근리 사건처럼 대통령의 '유감'표명 등으로 어물쩍 넘어갈 것이 아니라 학살 사실이 명백히 밝혀진 만큼 진솔한 사죄와 함께 유족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야 한다. 아울러 미 해군의 포항 송계계곡 양민 집단 학살사건 등 다른 양민 학살사건에 대해서도 한·미 양국 공동으로 광범위한 진상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한국 전쟁 중 미군의 양민 학살 의혹은 노근리 문제에 대한 봉합으로 어물쩍 넘어간다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미국과 우리 정부는 전향적인 자세로 낱낱이 진상을 밝힌 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 시대의 비극에 대한 매듭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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