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는 있어도 대구 축구는 없다.전세계 언론들이 "한국이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고 앞다투어 칭찬하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4강 신화'를 창조하면서 엄청난 축구발전을 가져왔고 길거리 응원으로 국민적 화합을 이뤘다는 게 주요 골자다.
그런데 국내외 어디에서도 대구나 부산, 광주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평가하는 곳은 없다. 개최도시들은 하나같이 경기장과 도로 건설 등에 수천억을 투자하고 숙박업소를 단장했지만 해외 관광객들이 기대했던 만큼 찾아오지 않아 경제적 특수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개최도시들이 갖은 정성을 다해 이룬 월드컵 성공이 한국의 월드컵이란 큰 테두리속에 파묻혀버린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한국 축구가 '대표팀 축구'로 대변되는데 있다. 전국 방방곡곡을 뒤덮은 축구 열기는 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축구팀의 인기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대표팀의 성적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대구에서도 250만 시민들이 하나된 마음으로 엄청난 월드컵 열기를 뿜어냈다. 대구지역 '붉은악마' 회원들은 대형 태극기를 만드는 등 국내 어느 개최도시 회원들보다 더 응원에 앞장섰다.
하지만 대구 축구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해 대구시가 추진한 연고지 프로축구팀 창단이 시민들을 대표한 의회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이제 대구월드컵경기장은 전시물이 되어 버렸고 축구팬들도 당장 갈곳이 없는 상태다.
그나마 부흥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마(학교) 축구도 시 축구협회장이었던 문희갑 시장의 퇴임으로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다행스럽게도 대구 축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들이 부쩍 늘었고 대구시도 프로축구팀 창단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프로축구팀 창단에 수백억을 투자할 지역 연고 기업은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고 축구장을 찾았던 사람들은 다시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길 전망이다.
민선 3기의 대구시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높아진 시민들의 축구 열기에 어떻게 부응할 지 지켜 볼 일이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위안부 합의 뒤집으면 안 돼…일본 매우 중요"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