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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소비자 감성 훔치는 계도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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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어느 사업가가 맨해튼의 한 멋진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가 집에 지갑을 두고 온 사실을 알아차린 것은 대금을 지불하려 했을 때. 뜻밖의 사태에 당황한 그는 부인을 불렀다. 그리고 결심했다. 다시는 돈이 모자라 곤경을 겪지 않겠다. 다이너스클럽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술 마시고 식사하고 즐기고 여행하는 경비를 지불하는 수단으로 출발했다. 처음부터 과소비를 부추기기 위해 탄생한 플라스틱 카드다."갖고는 싶지만 꼭 필요한지…" "욕심은 나지만 갚을 수는 있는지…". 두 남녀 모델은 무절제한 카드사용은 억제해야 한다는 멘트를 내보낸다.공익성 광고가 아니다. 이익추구가 최대의 목표인 상업성 광고다. 그것도 뉴스시간대에는 15초 짜리 광고료가 553만원이나 드는 광고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윤추구가 최대목표인 사기업에서 계도 광고를 하는 까닭은 분명하다. 모순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이다. 모순의 뿌리는 창과 방패.옛날에 시장에서 어떤 사람이 물건을 팔고 있었다. 그 사람은 창과 방패를 팔고 있었는데 그는 창을 들고 소리쳤다.

"이 창은 어떤 방패라도 뚫을 수 있소". 다음에는 방패를 들었다. "이 방패는 어떤 창이라도 막을 수 있소". 지나가던 사람이 물었다. "그러면 이 창으로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나요?" "???".아니다.

광고시장에서는 할말이 많다. 모순을 설득하는 것이 광고의 기능이다. 마케팅의 본질이다. 마케팅은 경쟁자의 허점을 찌르고 측면을 공격해 싸워 이기는 것. 소비자에게 봉사하는 것이 아니다. 마케팅은 전쟁이고 경쟁업체는 적이며 소비자는 싸워 이겨서 얻어야 할 전리품이고 땅이다.

물론 소비자를 획득하기는 만만한 게 아니다. 끝없이 변덕스럽고 까다롭고 다루기 힘든 전투에서 승리해야 한다. "독일에서 최신형 생산설비를 들여왔고 최상품 호프만을 엄선해서 쓰고"…. 그래서 그런지 괜찮아요. 곧잘 팔려요.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래도 괜찮은가". 유티카 클럽 맥주사장의 혼잣말은 즉각 주당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양심적인 경영자를 위해 치어스!" 맥주는 불티나게 팔렸다.

사기업이 모순적 광고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는 단 하나. 스스로 횡포가 극에 달해 소비자들이 잘못됨을 알아 차렸을 때다. 하지만 그들은 오직 소비자들의 감성에만 의지한다. 장미에 마음을 빼앗기는 마라. 장미에는 가시가 있다고 어릴 적 아버지가 가르치지 않았던가.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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