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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의 정치자금에 발목이 잡혀있다

약수를 뜨러 가도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셔도

지하철에서 스포츠신문을 읽어도

그의 대가에 대한 활동일 뿐이다

텔레비전 저녁 뉴스를 보아도

오기를 밑천으로 이력서를 쓰고 돈을 빌려도

그가 건넨 자금을 굴릴 뿐이다

나는 그의 정치자금 때문에

시민정신을 포기했고

민들레꽃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탈출하려다 건강을 잃었고

봐라, 할 수 있는 당당함 없이

터무니 없는 이자 계산에 손을 다쳤다

그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폐인이 되거나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고

헌 신발에까지 세뇌시킨다

그가 실어주는 통근버스만 탈 수 있다면

친구를 배신해도 괜찮고

노선을 바꾸어도 당당하고

-맹문재'임시직'

인간은 시장에서 자신의 노동을 판 댓가로 밥을 얻는다. 이것이 생존의 기본 형태이다. 가끔 운 좋은 사람들은 부모의 유산이나 건물임대로 그냥 밥을 먹기도 한다. 대신 다른 사람이 두 배의 노동을 제공해야 한다.

인간이 시장에서 노동을 파는 최악의 행태가 임시직이다. 불안하고 소외되고 존재의 자기 왜곡이 생기는 게 바로 임시직의 본질이다. 그러나 인간의 생애는 '그의 정치자금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 시에서 '그'는 바로 자본이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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