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칠월 염천에

코스모스 피었다

엄발난 가시내처럼

가는 목 흔들며 교태 부리고

고추잠자리 언제 눈맞았는지 왼종일

숨넘어가는 소리로 꽃속을 파고 든다

시뻘건 것 사타구니에 집어 넣고

서녘하늘이 능청떨고 있다

모든 건 잠깐이다

-박주영 '신천 둔치에서'

계절을 잊고 피어난 신천 둔치의 코스모스가 시의 모티프가 된 듯하다. 그리고는 코스모스와 고추잠자리의 조화가 성(性)적 이미지로 연결되고 있다.

압권은 둘째 연이다. 서녘하늘의 놀을 '시뻘건 것 사타구니에 집어 넣고'라고 표현한 것은 프로이트 성이론인 인간 본능의 고양된 절정이다.

이런 감정이야말로 무료한 나날의 삶을 갱신하는 저력이다. 하지만 모든 건 잠깐이라는 마지막 행의 이 허무주의!. 참고로 '엄발난'은 이희승 사전에 따르면 벗나가는 태도를 말한다.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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