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노블레스 오블리제

우리는 최근 한 달여 사이에 헌정사상 처음으로 총리지명자를 상대로 하는 인사청문회를 두 번이나 경험하였다. 결과는 장상, 장대환 두 총리지명자의 인준안이 그분들의 낮은 도덕성으로 말미암아 연속적으로 부결되는 사태로 끝났다.

물론 이 두 번의 인사청문회가 총리로서 지녀야할 전문성이나 업무수행능력을 시험하는 자리이기보다는 개인의 도덕성을 추궁하는 자리가 돼버린 것은 유감이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통해서 드러난 것은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관료뿐만 아니라 경영인, 언론인, 교수 등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개인의 도덕성에 대한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그 사회적 신분에 걸맞은 도덕적 양심, 즉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결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지도층일수록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각종 법규의 위반을 밥먹듯이 해왔고, 설사 비리가 드러났더라도 파벌을 내세워 그냥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대부분의 지도층이 부동산 투기를 위해서든, 지역구 출마를 위해서든, 자녀를 좋은 학군에 보내기 위해서든 주민등록의 위장전입을 일삼아 왔으며, 자식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부정거래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있는 자들은 공공연히 증여세를 탈루하거나 재산이나 소득의 거짓신고를 자행해왔다.

이처럼 사회지도층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되는 일을 엄격히 구분하는 도덕적 양심을 눈앞의 이익을 위해 내팽개쳐 버린다면, 우리 사회는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권력과 부, 위신이라는 사회적 희소가치를 누리는 지도층에겐 그것들을 갖지도 못했고 가질 수도 없는 일반 시민들과는 다른 도덕적 의무와 책임이 요구되는 것이다.

만일 시민들이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대통령과 선출직 고위공직자, 국회의원들의 경우에도 선거과정에서 엄정한 도덕적 잣대를 적용하여 부적격한 후보들을 밝혀내고 심판하는 자세를 갖춘다면, 지도층의 부정부패와 비리는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사회지도층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살아난다면 사회적 신뢰는 회복되고 시민들의 좌절감은 해소될 것이다.

노진철(경북대교수.사회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