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고 있는 농경지에 보리나 밀, 사료작물을 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농경지의 활용도를 높여 날로 하락하는 사료 자급률을 높일 뿐 아니라 외화도 아껴 한꺼번에 여러가지 효과를 거두는 농산정책을 펼 때가 됐다고 봅니다".
경주시농업기술센터 황영기 지도사는 "지금이 농경지 활용을 효율화해 사료자급 기반을 확충하고 한우생산 원가를 절감,한우 경쟁력을 높일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농업진흥청 남중현 맥류과장도 "겨울철 유휴농경지에서 보리나 밀을 생산, 사료로 활용할 경우 조사료로 도입되는 곡물을 절약하고 사료 자급도를 높이는데다 구제역과 광우병을 우려하는 국민의 식생활을 안정시키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넘치는 쌀 재고와 유휴농지에도 불구, 오히려 국내 사료 자급률은 더욱 떨어지는 것이 바로 우리 축산업계의 현실이다. 지난 65년 경지면적은 225만6천ha에 이용률이 147.1%였으나 재작년에는 188만9천ha로 감소됐고 이용률도 110.5%로 하락했다.
또 이들 농경지 가운데 매년 1만6천~1만7천ha의 논밭이 휴경지로 놀고 있다. 이런 휴경지는 정부의 쌀감산 정책이 본격 시작되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사료의 외국 의존도가 더욱 심하되는 것은 노는 땅은 있어도 사료작물이나 조사료 재배가 제대로이뤄지지 않기 때문. 이로 인해 사료자급 기반이 더욱 취약, 한우의 생산성 하락에 한몫하고 있다고 황 지도사는 지적했다.
축산기술연구소 박근제 초지사료과장은 "이런 현상은 농촌 고령화와 일손부족 등으로 인해 사료작물 재배나 초지조성 등에 의한 조사료 공급보다 배합사료로 한우사육에 나서고 정부의 사료작물 재배에 의한 사료자급 정책이 미흡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국내 사료시장은 날로 성장, 전국 배합사료 공장수가 지난 63년 7군데서 재작년 98개로 늘었다. 배합사료 생산량도 지난65년 4만7천t에서 재작년 1천493만2천t으로 폭증했고 지난 83년부터는 미곡생산량을 추월했다.
이 가운데 한우 등 비육우용은 지난 75년 불과 3천400t에서 95년 166만6천800t, 재작년 333만9천700t으로 나타났다.최근 몇년간 비육우 사육두수의 지속적 감소를 감안하면 마리당 배합사료 급여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
배합(濃厚)사료 생산증가로 원료수입은 해마다 증가, 지난 66년 3천t에서 재작년에는 1천106만8천t에 이르렀다. 그러나 국내산 원료공급도 지난 66년 10만5천t에서 재작년 392만3천t으로 늘어났지만 배합사료 원료자급률은 66년 97%에서 재작년 26%로 추락했다.
축산기술연구소 정일병 영양생리 과장은 "축산 선진국들은 조사료 의존비율이 높은데 비해 우리는 배합사료 의존도가 심해지고있다"며 "국내 배합사료 원료를 생산, 공급하는 것이 경쟁력이 취약해 수입 의존도가 더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한우사육의 중요 사료인 건초 등 조사료(粗飼料)의 수입도 많아져 지난 90년 6만t에서 재작년 59만9천t(9천74만달러),지난해는 59만7천t(1억186만달러)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조사료 공급량은 지난 90년 544만7천t에서 95년 760만2천t으로 늘어났다가 재작년과 지난해는 각각 279만3천t과328만4천t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수입조사료 비중이 지난 90년 1.1%에서 95년 2.1%, 재작년 17.3%로 치솟았다가 지난해는 15.4%에 머물렀다.
이처럼 사료의 수입의존 심화에도 불구, 한우를 조사료보다는 배합사료로 사육함에 따라 전체 소비사료 가운데 조사료 차지비중이 90년 61.4%에서 재작년 39.4%(지난해는 46.1%)로 저조, 국내 사료기반과 생산입지를 위축시키고 있다. 이는 축산 선진국에 비해 역전된 현상.
박근제 초지사료과장은 "우리는 조사료와 배합사료 비율이 40%대 60%이지만 외국은 반대현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우리는배합사료의 수입의존도가 높지만 농산물 중 유일하게 외국과 경쟁력을 갖춘 것은 조사료"라며 국산 조사료 확대정책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특히 박과장은 "연간 20만ha에서 사료작물을 재배하면 160만t의 조사료를 생산, 올해 수입될 것으로 추정되는 조사료 60만t을 메우고도 남으며 133만t의 배합사료를 대체할 수 있다"며 "보리의 사료 작물화 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외화절약 등 이익이 많다"고 했다.
국내 조사료의 생산위축은 초지와 사료작물 재배면적의 감소에서도 잘 나타나 전국적으로 관리중인 초지는 지난 90년 9만ha였으나 해마다 감소, 지난해는 5만1천ha에 그쳤다. 사료작물 재배 면적도 같은 기간 18만1천ha에서 7만5천ha로 격감했다.
사료작물 재배감소와 달리 보리를 수확전에 줄기째 사료로 하는 '보리총체 사료(보리담근먹이) 사업'이 사료값 절감 등으로 마리당소득이 40%이상 높은 것으로 농촌진흥청 연구결과 밝혀져 앞으로 보급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8년에 이어 올해도 보리총체 사료활용화 사업에 참여한 유종창(43·경주 안강읍 근계리)씨는 "한우 1마리가 하루에 사료 6~7kg을 먹지만 보리총체 사료는 1~2kg에 불과, 사료값이 절감되고 육질이 좋아 첫해 30마리를 팔때 인기를 끌었다"고 했다.
영남대 자연자원대학 정근기교수도 "정부에서 사료작물 재배에 대한 정책적 배려로 사료자급도를 높이면서 총체보리를 사료로 쓰는 등국내 조사료를 적극 활용, 한우 생산비를 절감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내 사료자급 기반이 위축됨에 따라 정부는 올해부터 논의 벼를 대체해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시범단지 조성사업을 시작했다.또 대규모 사료작물 재배단지 조성을 통해 오는 2004년까지 조사료 자급률을 100%로 늘리고 조사료와 농후사료 급여율을 60%대 40%로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논의 벼를 대체해서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대해 일정 기준을 갖출 경우 10a(300평)당 최고 38만원까지 보조하고 종자·비료값 일부와 기계·장비에 대한 융자지원도 해주고 있어 앞으로 정착여부가 주목된다.
경북도 축산과 정윤식 사료담당자는 "전국 제1위의 한우생산지인 경북도에서는 올해 10개단지 34ha에 1억4천만원을 들여 논의 벼 대체 사료작물 재배사업을 시작하는 등 사료자급 기반개선 작업이 한창 진행중"이라 말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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