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못먹는 '해골초' 납품의혹

군부대에 납품된 고춧가루 중 상당량이 식품위생법상 먹지 못하는 것으로 분류된 마른 고추인 이른바 '해골초'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이같은 사실은 청송 진보농협의 군납 고추 납품비리와 관련된 위탁판매업자 허모씨가 수매해 보관해 둔 창고에서 수십여만근의 '해골초'가 발견돼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2일 매일신문 취재진이 진보농협 관계자와 함께 진보면 모영농조합 창고 2개동을 확인한 결과 허씨가 사들인 해골초 10여만근이 희뿌옇게 색이 변해 썩은 채 그대로 쌓여있었다. 허씨는 지난해 농민들로부터 600g 1근당 500~1천원씩에 마른 고추를 사들여 전국 농협에 군납 고추가루 가공용으로 납품했다.

이 과정에서 허씨는 농협측의 군납 계약기준인 2등급 수준을 맞추기 위해 중국산 등 다른 건고추와 섞어 가공처리한 것으로 농협 관계자는 추정했다.허씨가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진보농협을 통해 강원, 경남·북 등 전국 3~4곳의 군납 고춧가루 가공, 농협에 납품했던 건고추는 300여만근으로 금액만 100여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허씨가 사들인 건고추는 대부분 해골초이기 때문에 실제 수매대금은 수십억원에 불과하며, 나머지 차액은 대부분 농협과 군 관계자를 상대로 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허씨는 지난 2000년 9월부터 진보지역에 동생 명의로 판매회사를 설립하고, 군납용 건고추 수매사업에 뛰어 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근당 50원의 수수료를 주면서 진보농협의 명의를 사용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진보농협 관계자는 "해골초는 법적으로 먹을 수 없어 가공용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며 "허씨는 엄청난 로비자금을 동원해 해골초를 납품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진보농협 일부 담당자들이 협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송 군납고추 비리사건은 지난달 23일 진보농협의 고추 위탁판매대금 20억여원 유용문제로 불거진 뒤 위탁판매업자인 허씨가 농협 및 군 등을 상대로 저질 고추를 납품하며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또 로비자금 전달역을 맡았던 진보농협 운전기사 김모씨가 단순 하수인임을 주장하며 지난 30일 음독 자살함에 따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해골초란=해골초는 고추가 건조되기도 전에 썩어 본연의 붉은 색이 탈색돼 마치 해골처럼 흰색을 띤 건고추를 두고 하는 말. 일명 '희나리(흰알)'이라고도 불리는 이 고추는 특유의 매운 맛도 사라지고, 부러뜨리면 검푸른색 먼지가 쏟아질 정도로 속이 썩은데다 각종 곰팡이로 가득차 있어 식용으로는 도저히 쓸 수가 없다.

농촌에서는 거름으로 쓰는 것도 꺼린다. 고추 열매가 썩어들어가는 탄저병이 돌 때 해골초가 대량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듬해 농사때 행여 고추 탄저병이 재발할까 우려해서다.

지난 1980년초 산지 고추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을 때 일부 업자들이 이 해골초에다 붉은색을 착색시킨 후 고춧가루로 가공해 식당 등지에 납품했다가 무더기로 적발된 사건이 발생,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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