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자체 골프장 조성 러시

'골프장 신설 러시'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경북도내에 골프장이 잇따라 들어설 전망이다. 운영중인 골프장 9곳 외에 7곳이 이미 신설 허가를 받았고, 최소 12곳의 신규 골프장 사업자들이 부지를 매입하거나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회를 갖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금을 낳는 황금거위나 마찬가지인 골프장을 유치하기 위해 시·군들도 발빠른 조치를 취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도 한몫 거든다.

경산시는 지난주 행정지원국장을 총괄팀장으로 한 전략기획팀을 구성, 내년부터 골프장 유치 등에 적극 뛰어들기로 했다. 관련업무 공무원 4, 5명으로 구성된 전략기획팀은 사례분석, 시안작성, 사업분석 및 지구선정, 투자계획수립 등의 업무를 총괄 추진한다.

경산시 관계자는 "아직 경산지역에 골프장 조성을 원하는 사업자는 나서지 않았지만 이미 수년전부터 용성·와촌·남산면 등지에 골프장 조성사업이 거론된 만큼 시가 적극적인 유치전에 나서면 투자자 확보는 문제없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성주군도 민자를 유치해 2, 3개 골프장을 신설키로 하고 사업자측과 접촉을 벌이고 있다. 이태암 성주부군수는 "국토이용계획 변경 등 골프장 사업에 필요한 행정조치를 연내 마무리할 방침이어서 내년 하반기엔 공사 착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이밖에 경주, 포항, 영덕, 김천, 칠곡, 안동 등지에도 골프장이 새로 조성될 전망이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골프장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안정적인 세원 확보 때문.

경북도가 투자비(토지매입비, 건물신축비, 골프장조성비) 800억원인 회원제 27홀 골프장을 예로 들어 지방세 부과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자체의 골프장 유치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도세인 취득세(투자비의 10%, 중과세)가 80억원에 이르고, 등록세도 24억원이나 된다.

또 시군세인 종합토지세(토지가액의 5%, 중과세)가 매년 5억3천만원, 재산세(건물시가표준액의 5%, 중과세)도 매년 6천만원에 이른다. 중과세율이 적용되는 골프장은 지자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안정적인 세금원인 셈이다.

해외 골프여행으로 인한 서비스수지 적자를 줄이겠다며 정부가 내세운 골프장 규제 완화 움직임도 신설 붐의 '배후세력'이다. 아직 입법화되지는 않았지만 재정경제부와 문화관광부, 농림부 등이 잇따라 규제를 덜어주는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자연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환경부의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하는 형국이다.

물론 건설교통부는 지난 2월부터 '준도시지역 개발계획 수립기준'을 시행, △골프장 사업부지의 50% 이상이 산림법상 보전임지에 속하거나 산림이 우거져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에는 골프장 건립을 불허 △비탈면 높이가 30m 초과인 경우 산자락을 깎아 골프장을 건설 금지 △지형 경사도가 30도 이상이거나 표고 300m 이상인 곳에 골프장 클럽하우스 등 건축물 건립 금지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경북도 관계자에 따르면 이같은 조치는 도내에 신설 움직임을 보이는 골프장 부지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남아있다. 골프 대중화라는 명제에 대해 국민 정서는 여전히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세수를 올리고 해외 원정골프족을 막기 위해 산과 논·밭을 갈아엎어 골프장으로 만든다는 것은 아무래도 부정적인 시각이 만만찮다. 환경오염이나 자연파괴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또 골프장 신설 지역의 땅값 상승도 예기치 않은 복병이다. 실제로 평당 10만원선이던 땅값이 골프장 조성 소문이 나돌면서 100만원을 호가해 결국 신설 계획이 무산된 사례도 있다. 현재 신설 움직임을 보이는 골프장이 모두 조성된다면 1곳당 평균 30만평을 기준으로 할 때 경북도내에서만 약 600만평이 필요한 셈이다.

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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