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경희의 색깔로보는 세상-(6)일하는 색채

붉은 카펫, 주황색 소파의 따뜻한 색으로 꾸며진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다보면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났지"하고 놀랄 때가 있는데 이는 단순히 이야기에 심취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사람의 시간감각은 색에 의해 심리적 영향을 받는다. 빨강이나 주황색의 환경에서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시간감각을 실험한 보고서를 보면 창이 없는 붉은 색 방에서 영업사원들에게 손목시계를 채우지 않고 회의를 시킨 결과 3시간이 걸린 회의를 하나같이 6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한다. 따라서 시간의 경과가 길게 느껴지게 하는 것이 좋은 경우에는 따뜻한 난색 계열의 색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손님의 회전율을 높여야 하는 패스트푸드점과 인륜지 대사를 단 30여분만에 치르는 예식홀 등에 적용되는 색채를 보면 대부분 따뜻한 색채를 쓰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차가운 색인 청록이나 파랑, 보라 등의 공간에서 결혼식을 한다면 일생에 한번뿐인 결혼식이 얼마나 허전할까. 마찬가지로 연인과 함께 있을 때도 따뜻한 색의 인테리어 공간일 때 시간적으로 만족스런 데이트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색채 시간감각을 생활에 활용한다면 이성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초·중고생의 공부방과 사무실 공간은 난색계열보다 청록, 파랑, 연보라 등 상대적으로 서늘한 느낌의 색채가 지루하지 않아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공부나 일의 능률도 올려준다.

또 물건의 무게 또한 색에 따라 가볍게도 무겁게도 느껴진다. 흰색과 검정색의 심리적 무게감 측정 실험에서 100g의 물건을 검정색으로 포장하고, 187g의 물건은 흰색으로 포장하여 양손에 들었을 때 똑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어두운 색이 연하고 밝은 색보다 심리적 무게감이 더 크다 하겠다.

미국의 색채컨설턴트 '체스킨'도 상품이 들어 있는 검은 상자의 색을 연한 녹색으로 바꾸어 놓은 경우 운반작업자의 피로감이 경감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색채에 따른 심리적 무게감 차이를 활용해 산업현장에서 작업 능률에 기여를 한 바 있다.색은 이처럼 알게 모르게 인간의 일, 생활과 결부된 기능적인 면에서도 훌륭한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가정에 '입시지옥'의 터널에 서야하는 수험생이 있다면 수많은 수험서들로 무거운 책가방의 색채를 검정색이 아닌 맑고 밝은 색채로 바꿔보자. 아마도 그 어두운 터널의 끝에서 환한 햇살을 항상 마음에 간직하게 될 것이다.

이경 트랜드컴퍼니 대표·artlee399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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