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나무들아 미안하다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수일 전 태백산을 다녀왔다. 나무들이 눈옷을 입고 하늘 향해 팔 벌린 채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하늘에는 금방이라도 챙하고 금이 갈 것 같은 긴장이 감돈다.

그래도 가녀린 가지들은 얼음이 되어버린 눈과 한 몸이 되어 땅과 하늘을 향해 구도자처럼 머리를 조아린다. 때론 손가락을 활짝 편 순진무구한 아이의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손짓을 보내고 있다.

제몸보다 무거운 눈과 얼음을 인 채 삭풍에 내놓여져도 가지가 얼지 않는 것은 땅속으로부터 끊임없이 생명을 길어 올리기 때문이리라. 귀 끝을 에는 추위만큼이나 마음이 편치 않지만 칼날같은 이성으로 내면을 다지고 다져 꽃눈과 잎눈을 준비하는 나무가 부럽다.

고향에 갔을 때 동구의 감나무를 보고 가슴 아팠던 적이 있다. 가로등 불빛 때문에 멀쩡한 나무가 반신불수가 되어 길 쪽에는 잎만 무성한 채 열매를 달지 못하고 있었다.

세모를 맞아 꼬마 전구로 치장을 한 도심의 앙상한 나무들을 만난다. 흥청망청의 우리 기분을 돋우기 위하여 나무들은 뜻하지 않은 빛과 열로 잠조차 청할 수 없는 고문을 이기고 있으리라. 가지마다 비록 작기는 하지만 백열등을 단 채 벌을 서고 있는 나무들을 보면 나는 죄인이 되는 기분이다.

나날이 내뱉는 탄산가스를 산소로 바꾸어주는 나무가 없다면 나의 삶이 하루인들 온전하겠는가. 들숨을 위하여 나무 한 그루는 꼭 내손으로 심어야 하리라.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재도구의 사용에서도 아름드리 나무 한둘은 희생시켰으리라. 일생 동안 적어도 두세 그루의 나무는 심어야 이 세상에서의 빚을 갚는 셈이다.

마음의 양식을 생산한답시고 얼마나 많은 나무들을 벌목해서 펄프공장으로 보냈을까 생각하면 출판인이란 직업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 나무들아 미안하다. 해가 바뀌어도 난 여전히 '책 든 손 아름다운 손'을 위하여 책을 만들어야겠구나. 오는 식목일엔 누구보다 열심히 나무를 심어야겠다. 그리고 책 한 권도 허투루 만들지는 않으리라.

장호병 도서출판 북랜드 대표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조폭 연루 의혹' 보도에 대해 사과와 후속 보도를 요구하며 청와대가 관련 언론사에 정정 요청을 했다. 그는 SBS 프...
중동 리스크로 약세를 보이던 국내 엔터주가 방탄소년단의 컴백을 기점으로 반등 기대감을 키우고 있으며, 이들은 20일 정규 5집 '아리랑'을 ...
미성년자 성매매 의심 사건이 발생하여 한 유튜버의 신고로 현직 경찰관 A씨가 체포되었고, 차량 내부에서 미성년자와 현금이 발견되었다. 한편,...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