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일 전 태백산을 다녀왔다. 나무들이 눈옷을 입고 하늘 향해 팔 벌린 채 겨울바람을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하늘에는 금방이라도 챙하고 금이 갈 것 같은 긴장이 감돈다.
그래도 가녀린 가지들은 얼음이 되어버린 눈과 한 몸이 되어 땅과 하늘을 향해 구도자처럼 머리를 조아린다. 때론 손가락을 활짝 편 순진무구한 아이의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손짓을 보내고 있다.
제몸보다 무거운 눈과 얼음을 인 채 삭풍에 내놓여져도 가지가 얼지 않는 것은 땅속으로부터 끊임없이 생명을 길어 올리기 때문이리라. 귀 끝을 에는 추위만큼이나 마음이 편치 않지만 칼날같은 이성으로 내면을 다지고 다져 꽃눈과 잎눈을 준비하는 나무가 부럽다.
고향에 갔을 때 동구의 감나무를 보고 가슴 아팠던 적이 있다. 가로등 불빛 때문에 멀쩡한 나무가 반신불수가 되어 길 쪽에는 잎만 무성한 채 열매를 달지 못하고 있었다.
세모를 맞아 꼬마 전구로 치장을 한 도심의 앙상한 나무들을 만난다. 흥청망청의 우리 기분을 돋우기 위하여 나무들은 뜻하지 않은 빛과 열로 잠조차 청할 수 없는 고문을 이기고 있으리라. 가지마다 비록 작기는 하지만 백열등을 단 채 벌을 서고 있는 나무들을 보면 나는 죄인이 되는 기분이다.
나날이 내뱉는 탄산가스를 산소로 바꾸어주는 나무가 없다면 나의 삶이 하루인들 온전하겠는가. 들숨을 위하여 나무 한 그루는 꼭 내손으로 심어야 하리라.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재도구의 사용에서도 아름드리 나무 한둘은 희생시켰으리라. 일생 동안 적어도 두세 그루의 나무는 심어야 이 세상에서의 빚을 갚는 셈이다.
마음의 양식을 생산한답시고 얼마나 많은 나무들을 벌목해서 펄프공장으로 보냈을까 생각하면 출판인이란 직업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 나무들아 미안하다. 해가 바뀌어도 난 여전히 '책 든 손 아름다운 손'을 위하여 책을 만들어야겠구나. 오는 식목일엔 누구보다 열심히 나무를 심어야겠다. 그리고 책 한 권도 허투루 만들지는 않으리라.
장호병 도서출판 북랜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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