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어느 의무경찰의 분노

13일 아침 대구 북부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에서는 머리에 붕대를 감은 이 경찰서 의무경찰 구도훈(21) 수경이 조사를 받고 있었다.

전날 밤 큰 봉변을 당해 그 경위를 설명하고 있는 것.

"음주감지기를 차창 안으로 들이미니까 바로 출발해 버렸습니다.

50m 가량을 끌려갔습니다.

놓쳐서는 안된다는 생각뿐이었지만 결국 차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구 수경은 음주단속에 불응하고 도주한 한 40대 만취 운전자의 차에 끌려가다 머리가 크게 찢어지는 상해를 입었다.

제대가 2개월도 남지 않았다는 구 수경은 기자에게 지난 22개월간의 '아스팔트 위 이야기'를 풀어놨다.

"저는 자신의 잘못을 수긍하고 바로 면허증을 내 주는 운전자를 단 한번도 보지 못했어요. 나이가 조금 든 아저씨들은 더 합니다.

늘상 반말을 해대고 화내고 재수없다고 욕설합니다.

'세상에 이런 욕설도 있었구나' 할 만큼 온갖 못된 말을 다 들었습니다.

결국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은 어제는 목숨까지 앗아가려 한 것입니다".

곧 대학 캠퍼스로 돌아갈 예정인 구 수경은 우리나라 기성세대에 '승복 문화'가 없더라고 결론지었다.

"음주단속 중 경찰관이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가끔 들었지만 그런 일이 내 현실이 될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제 후배들은 철모를 쓰고 철갑을 두른 채 음주단속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대학생이 될 이 젊은이는 다음 세대가 우리 기성세대와 단절해야 할 일이 무엇인 지, 22개월간의 '아스팔트 생활'을 통해 깨친 듯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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