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칠성동에 롯데백화점 겸 대구 민자역사가 들어서면서 일대에 재개발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이때문에 일대에 몰려 있던 일세방.월세방 등 '쪽방 인생'들이 터전을 잃을 위기에 몰렸다.
◇위기의 바람=일대는 고가 명품 브랜드로 상징되는 롯데백화점 입점을 계기로 슬럼가에서 도심 핵심 상권으로 대변모의 조짐이 갈수록 확실히 되고 있다.
옛 제일모직터 개발, 칠성2가 주거환경 개선사업 등이 잇따르는 등 '상전벽해'(桑田碧海)가 예고된 것.
대구 북구청 관계자는 "대구역 북쪽 옛 제일제당 부지에 업무.주거형 주상복합건물이 곧 들어설 예정이고 고급 인테리어를 강조하는 한 여관이 최근 건축허가를 신청하는 등 벌써부터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옛 제일모직 터에는 대규모 고급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계획이며, 옛 북부경찰서 자리 주변 칠성2가의 낡은 주택에 살던 373가구를 퇴거시킨 뒤 1천400가구분의 아파트단지로 바뀔 예정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더욱이 "롯데백화점이 고소득층을 주고객으로 삼음으로써 인근 지구도 이 계층을 노린 고급형 상가들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가 다음달 개점하면 고급 소비층의 유동 인구가 증가해 한옥.쪽방 등 밀집지구가 백화점 배후 상가 지역으로 재개발될 전망이라는 것.
◇불안한 거주자들=이런 변화 바람이 곳곳에서 느껴지자 일대에 거주하는 어려운 시민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한 평 남짓한 쪽방에 사는 김창원(60)씨는 "공사장 일을 하며 이곳에서 30년을 살았지만 최근 너무 달라져 가고 있어 불안하다"고 했다.
국가보조금 15만원으로 한달 방세 6만원을 주고 전기장판 하나로 겨울을 지내면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데 이런 곳을 어디서 또 찾을 수 있겠느냐는 것.
자녀들이 보내 주는 월 30만원으로 산다는 김주덕(72.가명) 할아버지는 롯데백화점 개장으로 재개발 바람이 불면 집 주인도 집을 헐지 않을까 불안하다고 했다.
평생 이곳에서 살아 고향 같을 뿐 아니라 이 전세금 갖고 어디서 방을 구할 수 있을 지 앞날이 캄캄하다는 것. 롯데백화점이 지어진 뒤 자신이 사는 한옥에 햇볕이 들지 않게 되면서 불안감은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할아버지는 말했다.
홍수영(49.가명)씨는 "좁은 판잣집에다 비만 오면 물이 줄줄 새고 연탄보일러 때문에 아직도 연탄가스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하지만 그래도 집세가 싸서 좋았는데 앞으로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답답해 했다.
그는 날품팔이로 월 80여만원을 벌어 10여년째 이곳에 살며 부인과 두 자녀를 부양해 왔다고 했다.
칠성동은 인구 1만9천여명 중 310가구 490여명이 국가보조금으로 생계를 이어갈 만큼 극빈층 비율이 높고, "특히 꽃시장 주변 쪽방촌 거주자 중에는 국가 지원조차 못받는 사람이 많다"고 북구청 사회복지 담당자는 말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을 뿐 날품팔이, 종이 수집 등으로 하루 1, 2천원 벌이도 힘든 이들이 적잖다는 것이다.
◇어떤 대책 필요하나=대구쪽방상담소 장민철 간사는 "대구역 뒤 지구 재개발이 빨라지면서 저소득층 주거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칠성동 등 대구 전역에서 하루하루 방값을 내고 사는 쪽방 거주자가 900여명에 이르는 만큼 재개발 대책이 시급하다는 것. 장 간사는 대표적 달동네였던 대현동 감나무골 경우 철거 후 적잖은 거주자들이 노숙자로 편입됐다고 환기했다.
대구노숙자상담소 현시웅 소장은 "일세방.월세방 등 이른바 쪽방 거주자에게는 이주비 몇 푼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며, "칠성동 거주자들에게는 바로 인근에 이주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만들어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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