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가슴을 쓸어가던 유년의 대바람 소리

발 묶인 친정 길 아침마다 서두른다.

어머니

이놈의 혼불 앗아

이제 그만

꿈 깨소서

김세환 '어머니의 치매·4'

오래 치매의 어머니를 모신 이 시조 시인의 아픈 회한이 잘 드러나 있다.

퇴근길에 돌아오면 어머니가 자신을 보고 "오빠"라 하며 안긴다고 '치매·3'에서 쓰고 있다.

오죽했으면 자신의 혼과 어머니의 혼을 맞바꾸려 했겠는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나이 따라 79수로 엮은 그의 시조집은 이런 기막힌 사연들을 격조 실은 정한으로 드러내는 데 적절한 그릇이 되고 있다.

권기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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