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커 가는 자식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
사랑한다는 지극히 당연하면서 본능적인 이야기부터 자신이 살아오면서 갖게된 삶의 의미와 방식 등의 교훈적인 이야기까지 정말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그러나 막상 그런 이야기를 할 분위기가 되면 사실 영 엉뚱한 말로 정말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버리는 수가 있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간이란 특별한 관계는 구체적인 언어가 아니라 바람에 이는 물결만 같이 보면서도 서로의 하고픈 이야기를 다 아는 듯하다.
가끔 나는 과거의 시간 속에서 그런 아버지와 나의 풍경을 떠올린다.
사실 이 풍경이 실제로 과거에 있었는지 내가 상상 속에 그려낸 것인지 정확하지는 않다.
그러나 나와 아버님이 서로 하고 싶었던 말이 어떤 언어보다도 이런 풍경 속에서 더 뚜렷이 남아 있다.
언어가 다 표현하지 못하는 그 감정의 빛깔들이 이런 풍경에 녹아 하나의 보석처럼 내 가슴에 남아 반짝인다.
벌써 기억의 벼랑 끝에 선 어느 날,
머뭇거리는 햇살을 싣고
빈 벌판을 달려온 바람이
호수 위에 은빛 물결을 일으킨다
소리 없는 두 개의 찌가
물결 따라 흔들리며
알맞은 간격으로 떠 있다
아버지가
빈낚싯대를 든다
-바람에 물결이 아름답구나
나도 빈 낚싯대를 따라 든다
-네, 아버지
그리곤 함께 또 낚싯대를 던진다
하고픈 많은 말 대신에
침묵이 작은 파형을 그리며 퍼져나간다
우리는 그 날
은빛 물결만 가득 낚았다
나의 어릴 때 자화상 같은 이런 풍경은 숲 속에 스며드는 가는 햇살같이 어떤 의미를 넘어선 아름다움이다.
안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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