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졸업을 축하하며

시간이 빠르구나! 벌써 졸업을 한다니…. 우선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작년 가을 체육 대회 때 막걸리를 같이 기울이며 너희들이 나한테 한말이 떠오른다.

자신감을 북돋아 주어서 감사하다고. 그 말이 얼마나 많은 뜻을 품고 있는지 그 자리에서 느낄 수 있었다.

집에서 떨어져 있기도 힘들었고 공부하기도 힘들었겠지만 정작 너희가 힘들어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지방대에 다닌다는 것. 특히 연극과 영화는 도시의 예술이라고들 얘기하는데. 그런 스스로의 자신감이 없음이 너한테는 가장 큰 적이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건 너희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개개인의 특성과 자질의 차별성을 무시한 채 수능과 내신이라는 단편적인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대학을 서열화 해온 어른들의 잘못이 더욱 크다.

나는 너희들이 컴퓨터 편집에는 누구 못잖은 실력과 감각이, 또 연극연습을 위해 밤을 새우는 열성과 노력이 있음을 알고 있다.

이제부터 너희들 가장 많이 받을 질문은 아마도 " 이제 뭐 할거니?"일 것이다.

참으로 듣기 싫은 질문이다.

내가 너희만 한때 그 질문은 곧 " 4년 동안 너하고 싶은 것 했으니 이제는 정신 차려라!"였다.

나는 졸업하는 너에게 다른 얘기를 해주고 싶다.

너희들은 지금 스스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고 그것은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학교에서 밤을 새워가며 편집하고 연극공연을 준비했던 그 뜨겁고 순수한 열정으로 한길로 계속 정진하려무나. 물론 항상 평탄치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개울을 건너야 할 것이고 진흙탕 속에 빠지기도 하고 끝이 안 보이는 절벽을 만나기도 할 것이다.

굴하지 않는 패기와 때로는 돌아갈 수 있는 지혜로서 이겨나가라. 창작을 하는 너희한테는 약간의 삶의 고통은 훌륭한 작품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스스로 상기하라. 그러기 위해선 다시 한번 명심하자꾸나. 너의 마음속에 있는 적부터 없애야 한다는 것을. 삶의 열정에 가득한 사람들은 주변의 편견에 주눅들지 않는다.

때가 되면 실력으로 그것들이 스스로 바뀌게 끔 만들뿐이다.

누구 말대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움츠리지 말고 가슴을 쫙 펴고 한번 도전 해보렴!

박철웅 가야대 교수·연극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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