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컴퓨터 유통업 이현준 사장

대구 종합유통단지 전자관에서 컴퓨터 유통업을 하는 이현준(34) 사장은 작년에만도 두 개의 창업 아이템을 개발, 새 영역 개척 여행을 시작했다.

컴퓨터 쇼핑몰, 소형 가전품 쇼핑몰 등이 그 새 영역.

덕분에 대구만 기반으로 해 왔던 사업이 대폭 넓어졌다.

현재 대구.경북의 매출 비중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오프라인을 통한 컴퓨터 및 관련 기기 판매 경험을 큰 줄기 삼아 작은 가지를 뻗어 내리는 기법이 성공한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가게'의 문을 열어 보이는 이 사장은 벌써 창업 경력 9년차인 베테랑. 경일대 전자공학과 4학년 때이던 1995년에 이미 취업을 마다하고 대구 고성동에 30만원짜리 '구멍가게'를 얻어 창업 도전을 시작했다.

그때의 첫 사업은 공장자동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것. 대학생 창업치고는 괜찮았다.

이윤율이 50% 이상인 5천만원짜리 공사를 따내기도 했다.

한꺼번에 수천만원을 만졌다.

그러나 역시 어려움은 늘 창업자를 노리는 법. 1996년 말 어음을 받았다가 부도를 맞아 1천500만원을 날렸다.

첫 시련이었다.

그 이듬해 컴퓨터 유통업을 새로 시작했다.

인터넷 인기가 빠른속도로 달리던 시기, 그리고 팬티엄 붐이 일어나던 시절이었다.

이로써 그는 몇개월만에 실패의 고통에서 일어섰다.

순수익이 월 1천만원 이상 달했다.

서울과 대구 종합유통단지 전자관에 잇따라 점포를 냈다.

거느린 직원만도 10명을 넘었다.

남들은 장사가 안된다고 난리였지만 이 사장은 예외였다.

외환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그는 승승장구했다.

월 매출이 항상 3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또 위기.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PC 교환 주기가 길어진 것이 탈이었다.

굳이 컴퓨터를 교환하지 않고도 인터넷 사용에 무리가 없음을 발견하자 많은 사람들이 몇년씩 컴퓨터를 바꾸지 않게 됐던 것. 이 사장의 업체에 위기가 닥친 때는 2001년 초였다.

"경기 불황이 아니라 컴퓨터 불황이 찾아왔었습니다.

직원들 임금조차 못줬습니다.

아내에게 주던 생활비도 끊겼습니다.

물품 대금도 못 줬지요. 내 인생이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 포기까지 생각해야 할 지경이었습니다".

컴퓨터의 '컴'자도 보기 싫어졌다.

그러나 이 사장은 '내가 가장 잘 하는 것'에서 돌파구를 찾기로 다시 다짐했다.

그건 역시 컴퓨터와 전자제품이었다.

중소기업청에서 경영개선자금 3천만원을 끌어오고 신용보증기금에서 4천만원을 빌렸다.

모니터 사업에 뛰어드는 한편 PC와 모니터를 파는 인터넷 쇼핑몰, 소형 가전품을 올려 놓는 인터넷 쇼핑몰을 잇따라 창업했다.

지난 해엔 모니터 교체 붐이 일던 시기였다.

때맞춰 필립스.한솔모니터의 총판을 따냈다.

주력 품종을 바꿔 사실상의 재창업을 한 셈이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쇼핑몰을 찾아 인터넷으로 모니터며 전자제품을 주문했다.

"컴퓨터는 쇼핑몰에서 팔기가 어렵습니다.

조립을 해줘야 하기때문입니다.

마찬가지 이유때문에 다른 지방으로까지 판로를 넓히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모니터나 다른 가전품은 다르지요. 전국 모든 지역이 제 시장이 될 수 있었습니다".

안되는 품목을 오래 잡고 있으면 안된다고 했다.

재고가 아깝다느니 하는 생각 갖고 장사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 말아먹기 전에 빨리 그만두라고 이 사장은 말했다.

"한 우물만 파라는 속담이 있지요. 그러나 창업 세계에서는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될 말입니다.

파 보다가, 혹은 우물을 써보다가 물이 적게 나오면 즉각 다른 우물을 물색해야 합니다". 그는 올 해 매출 목표를 12억원 가량으로 잡고 있다.

이 추세로 가면 올해 중으로 주식회사로의 전환도 가능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사장은 2001년 겪었던 외부 요인에 의한 실패를 또한번 겪지 않기 위해 회사 매출이 한창 오르는 지금 또다른 아이템을 이미 만들어 놨다.

'자동발권시스템'을 개발한 것. "모텔.목욕탕 경영자들이 가장 애먹는 일이 '카운터'로 불리는 발권 업무입니다.

일년 열두달 신뢰가는 사람만 카운터에 앉혀두지요. 제가 개발한 PC를 이용한 자동발권시스템은 이런 부담을 완전 해소시켜 줍니다.

제가 올해 본궤도에 올리려는 새로운 창업 아이템입니다".

그는 자기가 가장 잘 하는 것을 해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모르는 것을 하다보면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 "자기가 가장 잘 하는 것을 하다보면 시대변화를 읽을 수 있는 눈이 생깁니다.

저도 제가 잘 아는 분야에서 뛴 덕분에 창업아이템을 적시에 변환해 침체된 수익구조를 빠른 시일 내에 회복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 사장은 몇 번의 실패를 하느라 엄청난 '창업 수업료'를 부담해야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낸 수업료 이상으로 거둬들일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했다.

"아직 터널이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끝이 보일 뿐이지요. 창업하신 분들은 조금 잘되면 자만합니다.

나의 비즈니스 능력이 이 정도나 된다고 스스로를 치켜 세우지요.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오늘 잘 되더라도 내일 또다른 품목을 내세워 가게문을 새로 열겠다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몇 번의 추락을 통해 제가 정립한 창업 이론입니다".

이 사장은 경기가 다시 나빠질 조짐이 보이고 있으니 창업주들은 정신을 바짝차려야 한다고 경고했다.

◇경영 개선 자금=대구.경북지방 중소기업청은 창업한지 6개월이 지난 기존 사업에 대해 영업 실적을 심사, 최고 5천만원까지 대출해 준다.

변동형인 금리는 연 5.9% 정도. 상환 조건은 1년 거치, 4년 균분 상환이다.

사업장 임차보증금, 간판 및 인테리어 비용, 설비 및 비품 구입비, 월세, 종업원 관련 비용, 상품 구입비 등이 부족한 창업주에게 대출된다.

신용 대출도 가능하다.

053)62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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