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투연습 즐기는 여성들

오후 8시를 훌쩍 넘긴 시각. 대구시 달서구 성당동 모 스포츠클럽. 양손에 검은색 글러브를 낀 한 여성이 전신거울앞에서 섀도복싱을 하고 있다.

남자복싱선수처럼 잔발로 스텝을 밟기도 하고 몸을 좌우로 흔들며 연타를 날리기도 한다.

체육관 왼편에 마련된 링에는 가쁜 숨을 내쉬며 대결을 펼치는 학생들도 있다.

꽝꽝 귓전을 때리는 신나는 음악은 흥겨운 운동 분위기를 더욱 돋운다.

바깥은 차가운 바람이 휘감고 있지만 실내는 땀냄새와 함께 후끈거리는 열기로 난방이 들어오는지 짐작이 안된다.

스포츠클럽의 밤은 그렇게 활기있게 지나가고 있었다.

몸만들기와 다이어트를 위해 권투연습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대구의 경우 각 도장마다 적게는 5, 6명에서 많게는 10여명선. 헬스를 겸하는 도장은 전체회원의 절반 가까이가 여성회원. 이들은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당당하게 주먹을 휘두른다.

"너는 무조건 맞게 돼있어. 상대가 카운터를 날린다면. 그렇지. 그런걸 조심해야지". 뒤에서 지켜보던 코치의 엄중한 꾸지람이 날아든다.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된 황은진(25·회사원)씨는 숨이 턱에 찬듯 고개만 끄덕인다.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복싱을 시작했다는 황씨는 "처음엔 여자가 하기에 힘들어 보여 도장을 슬쩍 구경만 하고 그냥 나왔다가 망설임끝에 도전하게 됐다"며 "3라운드를 뛰고 나면 사우나를 따로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4개월째 접어들었다는 황씨는 몸에 탄력이 붙었다는 느낌이 들고 무엇보다 겨울만 되면 감기때문에 고생했는데 올해는 감기없이 지나갈 것 같아 기쁘다고 말한다.

황씨는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을 때는 샌드백을 사정없이 두들기며 스트레스를 풀 때도 있다고 귀띔한다.

"안해본 사람은 이 재미를 모를 것"이라는 황씨는 권투의 매력에 푹빠진 '중독'수준. 그러나 주변의 친구들에게는 권투의 매력을 누누이 설명해도 "어떻게 여자가 권투를…"하며 고개를 흔드는 경우가 많다며 웃는다.

1년넘게 도장을 다니고 있는 주부 강안나(44)씨는 땀이 나는 건 같아도 주부들 살빼기에는 권투가 최고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처음엔 헬스로 입문했지만 권투를 하게 되면서 늘 피곤하던 몸이 가뿐해졌다"며 "살빼기에도 어느정도 성공한 것 같지 않느냐"며 되묻는다.

강씨는 쉴새없이 움직여야 하는 권투는 운동량이 엄청나다며 은근히 '맹렬여성'임을 자랑한다.

각각 3주에서 한달째라는 김희경(24)·전진향(23)씨는 격렬한 신체운동에 이끌려 도장을 찾게 된 새내기. 샌드백을 치는 자세가 엉성하고 스텝도 연신 꼬이기만 한다.

단단히 마음먹고 시작했지만 역시 만만한 운동은 아닌 듯 고개를 흔들기도 한다.

"몸은 말을 안들어줘도 운동을 마친후 샤워를 하고 도장을 나서면 마음이 그렇게 상쾌할 수 없다"며 "낮시간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도 날릴 겸 당분간 꾸준히 해볼 작정"이라며 V자를 긋는다.

관장 서동권씨는 "권투는 쉴새없이 뛰고 잽과 훅을 날리며 동작을 이어가기 때문에 강도높은 체력훈련을 겸하는 운동"이라며 "최근 일반인도 쉽게 접하게 되면서 젊은 여성들의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정통복싱은 아니더라도 헬스를 겸해 꾸준히 하다보면 일상의 매커니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효과도 있기때문에 주부들도 충분히 도전해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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