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지하철 참사-졸업식 가다 가족 잃은 강정숙씨

"엄마하고 언니, 조카는 어디 있나요?".

자신의 졸업식(계명대)날인 18일 벌어진 지하철 참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현재 동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강정숙(25.대구 용계동)씨는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사고 지하철을 함께 탄 엄마 박춘지(59)씨와 언니 강은숙(27)씨, 조카 서민수(4)군의 생사부터 물었다.

텅빈 벽면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자신이 지옥같은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살아 나왔으니 가족들도 무사할 것이라는 기대감만은 놓지 않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강씨가 찾는 가족 3명은 이날 화마 현장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

졸지에 가족 3명을 한꺼번에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씨가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친지들은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

영문을 모르는 강씨는 다른 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는 사실도 모른채 엄마 등을 애타게 찾고 있어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고 있다.

정작 숨어서 통곡하는 사람은 강씨의 형부 서원우(34)씨. 그는 이번 지하철 사고로 아내와 아들, 장모를 한꺼번에 잃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내 등은 이미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뒤였다.

결혼 3년째라는 서씨는 "직장이 안동에 있어 평소 아들과 함께 놀아주지도 못했다"며 가슴에 한이 맺힌다고 절규했다.

게다가 서씨의 부인과 아들은 영안실 1층 같은 빈소에 안치된 반면 장모의 빈소는 2층에 따로 떨어져 있어 조문객들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했다.

18일 밤 어머니 박씨의 빈소를 쓸쓸히 지키고 있던 강택상(30)씨는 "아버지까지 지병으로 몸져 누워 있는 상황에 믿을 수 없는 불행을 당하니 하늘마저 원망스럽다"고 비통해 했다.

지금, 누굴 원망해야 할까. 강씨의 가족이나 걸음이 무거운 조문객들은 한결같이 "사회가 이토록 혼란스러운 게 무섭다"며 "아무것도 모른 채 희생되는 서민들의 이 슬픔을 누가 감당해주나"며 목이 메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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