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여명의 사상자를 낸 지하철 참사. 그러나 적잖은 사람들은 아비규환의 참사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방촌동 해안역에서 1080호 전동차에 탔던 곽시환(39.방촌동)씨는 중앙로역에 도착하고도 전동차 출입문이 닫혀 내릴 수 없었다.
"곧 출발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와 기다리고 있었으나 곧바로 객실 형광등이 깜빡이더니 정전돼버렸다.
객실 안으로는 연기가 물밀듯 들이닥쳤다.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3, 4명의 승객들이 반사적으로 전동차 출입구 쪽으로 달려가 비상용 레버를 찾았다.
그러나 주위는 칠흑같은 어둠. 순간 곽씨가 기지를 발휘했다.
휴대폰 키를 눌러 불빛을 냈다.
비상용 레버가 돌려지고 문이 열리자 승객들이 우르르 뛰쳐나갔다.
곽씨는 컴컴한 지하에서 더듬더듬 가까스로 통로를 찾아 지하 2층까지 올라가는데 성공했지만 정신이 혼미해지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허둥대다 그만 분수대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게 행운이었다.
곽씨는 분수대 물로 목을 축이고 정신을 차렸다가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목숨을 건졌다.
같은 전동차에 탔던 손재호(43.두류동)씨는 사고 발생 초기 빠른 상황 판단으로 참사 현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동대구역에서 탄 뒤 출입문 가까이 있었던 손씨는 중앙로역에서 전동차의 문이 10초 가량 열렸다 닫히던 순간 순발력을 발휘, 발을 출입문에 끼워 넣어 활로를 열었다.
초기 대피는 늦었지만 침착한 대응으로 위기를 모면한 경우도 있었다.
1080호 전동차에 탔던 황순공(22.경북 왜관읍)씨는 출입문이 닫혀 꼼짝없이 5분여 동안 갇혀 있었다.
연기가 스며들어 숨쉬기가 힘들었고 눈을 뜰 수조차 없는 상황. 그 때 누군가가 출입문을 연 덕분에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함께 나온 다른 승객들은 어둠때문에 방향 감각을 상실하고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황씨는 마침 희미하게 빛을 내는 광고판을 발견했다.
그것이 좋은 비상유도등 역할을 해 줬다.
반면 1079호 승객 김수남(39.대명동)씨는 초기 대응을 빨리 하고도 잠깐 방심으로 부상했다.
김씨는 출입구에 서 있다가 전동차가 서자마자 바로 내렸다.
그 때 '꽝'하는 소리가 들려도 "민방위 훈련을 하나" 하는 정도의 생각에 유유히 지하 2층으로 올라 갔다.
하지만 그 방심은 불찰이었다.
너무 느긋해 화장실까지 찾아 볼일을 다 본 것이 화근.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가던 순간 갑자기 유독가스가 들이닥쳐 의식을 잃고 말았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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