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붉은 꽃이

은막에 펼쳐지며

활활 봄바람을 맞건만

내가 눈을 깜박이는 동안

어느새 비린내 나는 핏덩이가 된다.

꾸쳐ㅇ: 허세욱 역 '눈을 깜박인다' 일부.

문화혁명 직후 중국의 시대 상황을 그리고 있다.

진보란 이름으로 개혁이란 이름으로 무지개를 펴 보이고 붉은 꽃을 펴 보이지만 눈 한번 깜박이는 사이 그것은 뱀의 그림자가 되고 비린내 나는 핏덩이가 된다.

십만의 공산당원이 민중 위에 군림하는 것이나 십만의 자본가가 민중 위에 군림하는 것이나 군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민중을 말하면서 민중을 이용하고 기만한다.

이런 착란의 현실을 막기 위해 시인은 죽어서도 눈을 부릅떠야 한다.

권기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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