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바람 골 이야기

몇 해전부터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필자의 마음속에 안강 옥산서원 깊은 곳의 바람 골에 사는 한 사람이 떠오른다.

그의 집이 자리 잡은 곳은 깊은 산중으로 주위가 무덤이다.

늘 입버릇처럼 산 자와 죽은 자의 큰 차이를 못 느낄 때 인간이 겸허해 질 수 있다고 하면서, 사는 집을 무덤들이 있는 주위에 지었다.

주변이 산만한 시끄러운 여름이나, 눈이 소복이 내리는 고요한 겨울, 꽃향기가 제일 먼저 인사하는 봄이나 아무도 밟지 않은 낙엽이 항상 눈처럼 쌓여 있는 가을. 사시사철 언제나 바람이 유난히 많아 바람 골이라 이름 지어진 곳이다.

그곳에서 그는 한 평생 열심히 분청 도자기만을 굽고 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매일 먹고 매일 배설하듯이 작품만을 하고 있다.

그야 말로 하늘과 자연을 벗삼아 풍요롭고 즐겁게 살고 있는 사람이다.

최근에 이 바람골로 벽안의 나이 지긋한 남녀가 찾았다.

한 분은 미국 필라델피아 박물관의 관장이고 또 한 분은 금융인이자 변호사로 도자기 및 골동품 수집의 대가이다.

이방인 남녀는 이 한국 도예가를 박물관 전시회에 초청도 하고 작품들을 직접 고를 겸 멀리에서 온 것이다.

그의 해외 작품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호주, 일본, 프랑스에서도 전시회를 가졌고, 지금은 찾아와서 다음 전시회 요청을 한다고 한다.

무엇이 가만히 앉아서도 이렇게 멀리 있는 사람들을 불러모을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인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리면 의문은 풀릴 것 같다.

프랑스 파리에 우리 동성로와 같은 상제리제 거리엔 며칠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가지 못하는 유명한 '부다'라는 식당이 있다.

이 곳은 중앙에 큰 불상을 모셔 놓고 유명한 손님들이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즐겁게 밥을 먹곤 한다.

최근 미국 뉴욕의 최고급 식당 중에 한 한국식당이 최고의 건강식을 제공하는 곳으로 뽑혔다고 한다.

세계적인 문화의 경향이 아시아로 흐르고 그 마지막에 우리가 서 있는 것 같다.

계명대 FISEP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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