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의 중요한 기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개 유물의 수집·보존·전시기능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가 보다 풍요로워지고 여가생활을 향유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박물관에 대해 또 다른 기능을 요구하게 되었다.
바로 사회교육의 기능이다.
80년대 후반들어 평생교육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사회교육은 여러 분야에서 활성화되기 시작하였다.
대학에서는 앞다투어 평생교육원을 개설하였고, 교육과정도 외국어, 컴퓨터 활용능력 등 실생활과 직결되는 것에서 꽃꽂이·서도·사진 등 취미생활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다.
대구박물관도 예외가 아니어서 도서관·문화원 등과 함께 '박물관대학'으로 등록되면서 박물관대학을 열어 소정의 강좌를 매년 열고 있다.
또한 음악회·좋은 영화감상하기·연극·사물놀이·마당놀이·인형놀이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실시하고 있다.
박물관대학과 문화강좌의 경우 일종의 정보전달을 위주로 하는 강좌인 탓에 참가하시는 분들의 연령층이 높은 편이다.
박물관대학은 1년에 1회, 3월말부터 7월 중순에 이르기까지 약 4개월에 걸쳐 3번의 답사를 포함해 16강좌가 마련되어 있다.
강당의 수용능력, 답사 때의 제반 문제 등을 고려해 1회에 300여명을 모집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매년 접수창구가 북새통을 이룬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출근도 하기 전에 줄을 서 기다리시는 모습을 보면 송구스러울 정도이다.
이렇다 보니 대리신청이나 전화·인터넷신청은 아예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개는 접수 첫날 오후 2시경이면 마감이 되고 만다.
열연을 끝내고 커튼콜을 하는 배우의 심정이 그러하지 않을까? 이러한 호응에 깊이 감사드리면서도 더 나은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된다는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박물관대학을 둘러싼 수강경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강의가 시작되면 접수하지 못한 분들 중 일부는 박물관을 다시 찾아와 강당 내 좌석상황을 살피다 여유 좌석이 있으면 얼른 자리잡고 강의를 듣곤 한다.
영화보기·음악회·연극·무용 등 문화행사의 경우에는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오는 30~40대의 중년층이 많은 편이다.
조용하고 한적한 감상분위기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이런 분위기에 익숙지 않은 개구쟁이들의 장난과 이를 말리려는 부모사이에는 때론 재미있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때문에 분위기가 어수선할 때도 있어 출연진이나 관객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관객 중엔 인근에서 오신 분들도 계시지만, 달서구·경산 등 비교적 원거리에서 오신 분들도 계신다.
대구박물관이 대구·경북지역까지 문화인프라를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박물관으로 성장했음을 느끼곤 뿌듯해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들을 접하면 우리 사회의 문화인프라를 생각해 보게 된다.
도서관·대학박물관·문화원 등에서 우리와 유사한 강좌를 열고 있고 시민회관·문화예술회관·문화회관 등에도 많은 프로그램들이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의 문화인프라는 시민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수준은 되지 못하고 있다.
20세기가 문화의 인식기였다면, 21세기는 참여하는 문화의 시기이다.
문화흐름은 보고 듣는 수동적 문화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쪽으로 변모하고 있다.
각종 산업기술의 발달로 탄생한 21세기의 사회가 문화를 지향하는 것은 문화가 정신문화로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기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화의 모습으로 성장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앞으로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면 주민들의 여가생활도 한층 다양해질 것이고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도 증대될 것이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박물관은 문화기반시설의 확충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가서는 박물관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김정완(국립대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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