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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노조 파업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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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 등 대형 화물차 운전기사들의 전면파업은 200여개 포항공단 업체들을 동시에 조업중단 지경으로 몰아넣고 있다.

기사들은 작년부터 정부와 관련업계를 상대로 제도개선 등 문제해결을 촉구해 왔으나 다른 당사자들이 본질을 애써 외면하면서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운송하역노조측은 따라서 파업에 따른 책임도 정부측에 있다며 대정부 투쟁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사태는 더욱 커지게 됐다.

◇노조측 요구=운송하역노조는 이번 파업에 앞서 12개 요구사항을 내걸고 정부측에 해결을 촉구했다.

'물류제도 개선'으로 압축되는 요구사항중 대표적인 것은 △경유가 인하 △도로비(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다단계 알선근절 △차량소유권 보장(지입차의 경우 실제소유주는 차주이지만 소유권 행사는 차량 소속 운송사가 하고 있음) 등이다.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노조와 정부는 지난달 이후 몇차례 접촉했지만 서로간 입장차만 확인한 채 아무런 합의나 해결점은 찾지 못했다.

특히 노조측의 최대 요구사항중 하나인 통행료 문제는 지난 2일 건교부.도로공사.노조간 협상에서 도로공사측이 '절대불가' 입장을 확실하게 못박으면서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운송하역노조 정호희 사무처장은 .정부가 사태를 너무나 무성의하고 안이하게 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정부와 화주(貨主)를 동시에 상대하는 대정부.대자본 투쟁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정부의 대응=정부는 당사자간 해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노조측 주요 요구안 가운데 다단계 알선근절 부분은 제도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나머지 문제들은 노조(운전기사 및 차주)측과 운송사 및 화주들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사항이라고 보고 있다.

노조와는 현격한 입장차가 나타나는 부분이다.

즉 노조는 정부를 당사자로 지목하고 대정부 투쟁이라고 밝혔으나 정부는 이해가 얽혀있는 화주-운송사-기사 등이 당사자라는 시각. 대화의 상대방조차 모호한 상황에서 대화를 촉구하는 양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엇갈리는 사용자=파업중인 운전기사들의 사용자는 말 그대로 다단계다.

원칙적으로는 소속돼 있는 운송사측이 사용자이지만 운송사의 하부구조를 이루고 있는 화물알선업자나 상부구조인 화주들도 사실상의 사용자 지위에 있는 게 사실이다.

우선 명목상의 사용자인 운송사는 정부와 화주 및 파업기사 등 모두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이 운송료와 관련돼 있는 점을 놓고 보면 기사들의 파업은 운송료 인상을 동반하는 것이어서 수습만 원만하게 되면 운송사는 기사들의 파업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점에서 화주들은 운송사들이 파업사태를 방치하거나 묵시적으로 동조하는게 아니냐며 의심하고 있다.

그러나 운송사들은 .파업에 따른 당장의 손실과 화주들의 눈밖에 나면서 향후 재계약 등에서 막대한 손해가 예상되는데 우리를 의심하는 것은 억울하다.

며 자신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며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화주측 입장=지난 2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간 포항지역 노조원 및 화물연대 회원들은 포스코와 INI스틸, 동국제강 등 대형 화주들에게 협상장에 나오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화주들은 꿈쩍도 않고 있다.

운송노조 등 기사들과는 법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고 따라서 대화할 입장이 아니라는 논리다.

자신들이 일방적인 피해자라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즉 기사들은 운송사와 협상하고 이후 문제는 운송사와 화주들간 계약으로 풀어야 할 사항이라는 논리다.

화주들은 노사간의 위치도 아니고, 계약 당사자도 아니며, 제도적인 장치를 좌우하는 정부와도 관계없는데 협상 테이블에 나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고 있다.

◇향후 전망=이미 파업에 들어간 포항과 마산지역외에 광양, 태인지부가 6일부터 파업돌입을 선언했고 나머지 운송노조원들은 6일부터 전국의 모든 도로에서 서행운전 등 준법투쟁까지 선언한 상태다.

단시일내 해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면 화주들은 출하지연에 따른 피해를 운송사에게 물리고 운송하역 노조원 및 화물연대 회원 등 파업기사들에게는 출입문 봉쇄 등과 관련 업무방해 혐의 고소 등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마찰과 갈등의 소지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경유가.도로비 인하 등 노조측의 요구사안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전제로 하는 것들이 많아 노-정간 대화가 필수선결 사항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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