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밝은 세상-낯선 어른 산행 부축 훈훈

세상이 삭막하고 각박하다고들 하지만 지난 일요일 너무 고마운 분을 만나 아직은 사람이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느꼈다.

사월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지난 일요일 아침 친정 어머니와 함께 불공을 드리려고 갓바위로 오르고 있었다.

식당가를 코앞에 두고 어머니는 힘에 부쳐 더 이상 못 오르겠다고 하시기에 중간까지 와서 포기하기도 그렇고 해서 마침 뒤에 오는 중년 아저씨께 부축을 좀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두 아들과 함께 온 그 분은 기꺼이 어머니를 부축해주겠다고 하셨고 덕분에 무사히 올라갈 수 있었다.

불공을 드린 후 내려올 때는 더 힘이 드실거라며 같이 내려오자고 하시기에 너무 고마웠다.

우리는 불공이 길어져 그 일행보다 30분정도 늦어졌지만 그 분은 끝까지 기다리셨다가 같이 어머니를 부축해 주셨다.

주차장에서 감사한 마음에 점심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극구 사양하시며 두 아들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분의 작은 아들에게 물으니 그분은 대구에서 경주 동국대까지 운행하는 통근버스를 운전하신다고 했다.

그 후 동국대에 전화를 걸어 알아보니 성함이 이공훈씨였고 감사인사를 하기 위해 통화를 했다.

그분 말씀이 단지 부모님 같아서 그랬을 뿐이라며 쑥스러워 하셨다.

이 기회를 빌려 그분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정미(대구시 만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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