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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참 스승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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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중학생인 큰 아이의 학부모 모임에 갔다가 참 특별한 광경 하나를 보게 됐다.

담임인 가냘픈 여자 선생님 옆에 선생님보다 훨씬 덩치가 큰 녀석이 붙어 서서 연신 어린 아이처럼 칭얼대고 있지 않은가.

그 녀석은 선생님의 양손을 꼭 잡고 놓지를 않아 어머니들과 담임 선생님 사이의 짧은 만남을 방해했다

이런 무례하고 철없는 녀석을 선생님이 왜 따끔하게 혼내지 않을까 하고 불편해 했지만, 선생님은 마치 어머니처럼 "응, 그래.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하면서 그 녀석의 두 눈을 쳐다보며 웃기까지 했다.

순간 내 머리 속에서는 혹 이 아이가 선생님의 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따뜻하게 대할 수 있을까.

"아드님이세요?"하고 물어 보았지만 아니라고 하면서 웃으셨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물어보니 선생님을 엄마처럼 여기는 그 아이는 장애아란다.

아하, 그제야 내 아이의 그간 행동에 대한 의문이 좀 풀리는 듯 했다.

담임 선생님이 여름방학중 꽃동네에 봉사활동 갈 사람을 조사할 때 내 아이가 왜 자진해서 손을 들었는지 그 때는 영문을 몰랐다.

학원에 가는 것 보다는 봉사활동이 낫다고 할 때는 공부하기 싫어서 그러는 줄로만 여겼다.

그런데 꽃동네에서 중증 장애인에게 밥을 먹여주고, 목욕을 시키고, 옷을 갈아 입히고 하며 함께 재미있게 놀면서 2박3일을 보냈단다.

그 후 또 하루는 담임 선생님의 인솔로 장애 아기들이 있는 애망원에 가서 저녁 늦게서야 돌아왔는데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장애 아기가 잠시만 팔에서 내려놓아도 계속 울어 몇 시간 째 안고 있다 보니 반 아이들의 몸이 모두 땀에 젖었다고 했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장애아들을 왜 돌보아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이론적으로 소리 높여 외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웃으면서 내 반에 있는 장애아를 귀찮아하지 않고 친자식처럼 따뜻하게 대했다.

무뚝뚝한 사내아이들이지만 아이들은 그저 담임 선생님을 따라 한 것 뿐이었다.

나 또한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참 스승의 길을 배우고 있다.

상주대 교수.영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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