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금융자본 흐름 왜곡 심각

대구.경북지역 금융자본이 제조.건설업 대신 숙박.목욕.음식업 등 서비스업으로 몰리는 자금의 왜곡현상이 갈수록 가속화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작 자금이 필요한 벤처.영세 업체 등 중소기업들은 돈을 구하지 못해 자금난을 겪는 등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의 대구지역 예금은행 주요 산업별 대출을 보면 음식.숙박업에 대한 대출은 2002년 2월 3천549억원에서 2003년 2월 6천339억원으로 1년 동안 두배 가까이 급증했다.

대출비중도 3.3%에서 4.8%로 높아졌다.

경북지역 역시 음식.숙박업 대출액은 2천594억원에서 3천977억원, 대출비중은 3.2%에서 4.4%로 각각 급증했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에 대구지역 제조업 대출비중은 58%에서 55.4%로 떨어졌다.

건설업 역시 6.4%에서 5.6%로 감소했다.

또 2002년말 기준 지역 금융회사의 서비스업에 대한 대출잔액은 7조2천385억원으로 1997년말 2조1천441억원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작년 말 기준 서비스업 대출은 전체 산업별대출의 21.8%를 차지, 1997년말 11.5%에 비해 대출비중이 크게 확대됐으며 특히 음식 및 숙박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서 13.5%로 크게 증가했다.

이에 반해 지역 경기침체를 반영, 제조업의 대출 비중은 43.3%에서 31.1%, 건설업은 7%에서 3%로 격감했다.

또 섬유.의복 대출비중은 14%에서 9%로 줄었으며 자동차 트레일러(6.0%→4.3%), 제1차금속 및 조립금속(5.7%→4.4%) 등도 감소했다.

이와관련 대구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여관 신축을 위해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의 거금을 담보대출로 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20여년째 섬유업을 하는 ㄱ(52) 사장은 은행에서 빌린 돈에다 일부 공장의 처분자금 등을 바탕으로 40억원을 들여 성서지역에 모텔을 신축했다.

ㄱ 사장은 외견상으로는 제조업을 하는 중소기업인으로 행세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수입의 대부분을 '모텔경영'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또 지역 한 제조업체 사장은 올초 대출자금을 활용해 성서지역에 사우나, 헬스장 등을 갖춘 스포츠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대구은행 진병용 금융경제연구소장은 "제조업은 장기침체로 자금수요가 떨어진데다 금융회사들도 부실 우려 때문에 대출을 꺼리는 반면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호황을 보인 탓에 자금이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진 소장은 "자금왜곡 현상은 중소기업 자금난은 물론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제 전반의 불투명성 제거, 경기회복 노력 등 기업이 스스로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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