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사장 한은미(40)씨는 창업 업종으로는 가장 흔한 아이템인 식당업에 도전, 흔찮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창업 일년만에 매출이 꺽다리처럼 자라난 것.
월평균 고정 매출이 1천800여만원에 이른다.
종업원 4명의 임금, 재료값, 임차료 등을 빼도 600만원 이상이 남는다.
식당으로서는 비교적 적은 규모인 35평, 그리고 밤 10시쯤 문을 닫고 일요일은 꼭 쉬는 모범생형의 영업을 하는 점까지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이다.
대구 범어네거리 그랜드호텔 옆골목에 한정식집 간판을 내 건 것은 작년 5월이었다.
한 사장은 대구에서는 아직 흔찮은 홍어 요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뻔한' 식당을 차리면서 메뉴까지 '뻔한' 것을 들고 나서서야 망하기 십상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런 판단은 딱 들어맞아 손님이 넘쳐 주차장을 없애고 파라솔을 쳐 자리를 만들어야 할 정도에 이르렀다.
한씨는 홍어 특유의 '아쌀한 맛'이 손님을 늘리더라고 했다.
그의 고향은 경남 하동. 전라도와 인접해 어렸을 때부터 전라도 음식으로 불리는 홍어와 친근했다.
게다가 결혼 전 여수에서 직장생활을 해 홍어를 접할 기회가 또 있었다.
그때 알던 사람이 많아 홍어도 여수의 그 사람들한테로 가 직접 가져 온다.
한씨는 창업 전 홍어·제첩을 전문으로 하는 대구 두산동 한 한정식집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다.
손님 입맛을 탐색하기 위한 것. 그 과정에서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이 대구에도 의외로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시장조사를 통해서는 홍어 전문점이 대구엔 10개도 안된다는 사실까지 알아냈다.
다음 준비에 들어간 것은 밑반찬. 들안길 등 중요한 음식점 골목을 돌며 밑반찬 배열법과 맛을 공부했다.
하루에 한 번씩 외식에 나섰다.
그 과정에 밥값으로 들어간 돈만도 수백만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
"35평짜리 식당이라도 대충 준비하고 문 열었다간 그대로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준비하고 생각한 만큼 가게 매출이 오릅니다
운이 중요하다는 사람이 많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이어서는 가게 자리를 찾아 나설 차례. 여러 군데 다니다 보니 빌딩이 밀집한 현재의 자리가 눈에 잡혔다.
직장인들 점심 수요가 많을 것으로 판단한 것. 일식집이 그만 두고 나가기로 돼 있어, 집기까지 인수했다.
보증금 4천만원에 월 80만원. 상당히 좋은 조건이었다.
덕분에 빚을 지지 않아도 됐다.
"맛에는 자신 있었지만 처음 매출은 하루 30여만원 정도밖에 안됐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적었죠. 홍보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아무리 맛있어도 알려지지 않으면 헛 방망이질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부근 사무실을 돌며 '개업떡'을 돌리고 인사를 했습니다". 인사 후 하루 매출이 10만원 정도 늘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잘 해야 동네 손님밖에 붙잡을 수 없는 것. 신문에 광고를 냈다.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광고 첫날부터 저녁 손님이 많아졌다.
멀리서 온 사람들이었다.
매출이 곧바로 2배로 뛰었다.
"식당하시는 분들이 입소문 말씀을 하시는데, 입소문으로는 한계가 있습디다.
일단 개업을 하면 단기간에 빨리 올라서야 합니다.
가게 임차료가 고정적으로 나가는 상황에서 수익구조를 빨리 개선시켜야 빚을 지지 않습니다.
그럴려면 제빨리 홍보를 해 최단시간 내에 많은 손님을 확보해야 됩니다.
저는 주변 창업 희망자들에게 항상 광고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한씨는 식당 주인하려면 맛 내는데 일단 재주가 있어야 하지만 '경영 수완'도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었다.
장사는 종업원과 호흡을 잘 맞춰야 하지만 이 부분이 의외로 어려웠다
"손님 예약이 밀려있는데 갑자기 종업원이 안 나올 때가 있습니다.
정말 속이 타 들어가지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주방에 갔다가 음식 나르고 또 주방 들어가고…. 얼이 빠집니다.
사람 다루는 능력을 키우려 합니다.
TV에 나오는 노사분규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노력하니까 요즘은 조금 나아집니다만".
한씨는 가게가 수성구에 있다보니 달서구쪽에서 너무 멀다는 '불평'이 있어 이젠 분점도 생각 중이라고 했다.
시기는 내년쯤. 프랜차이즈로의 도약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돈 버는 것도 재미지만 제겐 장사하는 것 자체가 참 즐겁습니다.
제 취미가 원래 요리여서 정성껏 음식 준비하고 손님들이 맛있다고 하면 정말 신이 나요. 창업이 돈뿐 아니라 즐거운 인생도 가져다 줬습니다". 053)744-6120.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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