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낮엔 차배달, 밤엔 티켓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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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어요. 내인생에서 지난 100일은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악몽같은 시간이에요'.

지난 3월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친구와 함께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알고 발을 들여 놓은 다방이 자신의 꽃다운 청춘을 옭아매는 오랏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흐느끼는 안모(17·안동시 옥정동)양.

안양이 다방 이곳저곳에 팔려 다니며 낮에는 이른 아침부터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차를 배달하고, 밤이면 어김없이 티켓과 윤락행위를 강요당했던 지난 100일간은 한마디로 '현대판 노예'같은 생활의 연속이었다.

지난 3월18일 안양과 친구인 김모(17·안동시 옥동)양은 안동시 안흥동에 소재한 ㅈ다방의 김모(45·여)씨를 만나 월 180만원을 받기로 하고 차배달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주인 김씨는 사전에 유흥주점 주인과 서로 짜고 이들에게 티켓행위를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안양은 주인에게 화대를 빼앗기고 미수된 티켓비와 아침 지각비로 시간당 2만원의 벌금, 몸이 아파 일하지 못한 날에는 1일 25만원을 부담하는 등 결국 50일을 일했으나 월급 300만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한채 오히려 350만원의 빚을 지게 된 것.

이때부터 안양에 대한 인신매매가 세차례나 계속됐으며 다방업주들끼리 사고 팔 때마다 안양의 빚은 350만원에서 396만원으로, 또다시 477만원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계속 불어만 갔다.

지난 6월말 영양 ㅅ다방으로 팔려가 일하던 안양은 '몸이 아파 병원에 가야한다'며 다방에서 도망쳐 안동지역 복지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지옥같은 노예판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안동경찰서 형사계 권태인(39)반장 등은 청소년 고용행위와 윤락, 인신매매 등이 성행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지난 1일부터 내사에 들어가 이같은 사실을 밝혀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다방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알려진 '여종업원들의 빚 고리를 악용한 인신매매'와 '공공연한 티켓 및 윤락행위 강요' 등 잘못된 관행에 대해 지속적인 단속을 펼치기로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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