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밤 달서경찰서 형사계에는 10대 초반의 한 소녀가 흐느끼고 있었다.
소녀는 자신이 겪었던 끔찍한 일을 회상하기조차 싫었지만 용기를 내 경찰서를 찾았다고 했다.
대구 모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김영아(14.가명)양은 수개월새 집에 들어가기가 극도로 싫었다.
집에 들어갈 때마다 어머니가 자꾸 이상한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술에 찌들어 살던 아버지가 최근 병원에서 간경화 판정을 받은 뒤 하던 일마저 그만두고 집에서 술만 마시는 모습도 싫었지만 어머니가 "아버지가 돈을 벌지 못하는데 너라도 뭔가를 해서라도 돈벌이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문에 당황스러웠다.
김양은 "어머니가 말한 그 뭔가란 것이 '낯선 남자와의 잠자리'란 사실을 알고서 더 괴로웠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어머니가 올초 모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50대 남성과의 동침을 은근히 딸에게 보챘다는 것. 김양은 수차례에 걸친 어머니의 종용에 어쩔 수 없이 지난 4월말 자신의 집 안방에서 이 남성과 동침을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렇게 해서 그녀가 손에 쥔 돈은 2만원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지가 않았다.
이 남성이 다시 성관계 맺기를 어머니에게 부탁하자 어머니는 딸에게 다시 한번 윤락에 나서기를 원했고, 김양은 결국 지난 5월말.6월초 2차례 더 자신의 집에서 이 남자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했다.
김양은 누구에게도 말 못할 일을 겪은 후 혼자 고민에 빠지는 일이 많았다.
이를 눈치 챈 친구가 물어 보다 이 사실을 알게 돼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충고했지만 차마 어머니를 고발할 수 없어 괴로워 했다는 김양은 사촌오빠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며 가족 회의 끝에 어머니를 신고하게 이르렀다는 것.
이 사건을 조사한 담당 형사는 "처음엔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사귄다는 것에 대해 분개해 일을 꾸며낸 줄 알았는데 조사해보니 김양의 말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걸로 보인다"며 "세상의 윤리가 거꾸로 가는 것 같다"면서 안타까워했다.
한편 달서경찰서는 19일 김양의 어머니 박모(40.가명)씨에 대해 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양과 성관계를 가진 50대 남성을 찾고 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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