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하고 개인주의 성향이 짙은 것으로만 치부되던 골수 네티즌들이 공중질서 확립에 나섰다.
스스로 '사이버 폐인'이라 부르는 이들은 디지털 카메라로 각종 질서위반 현장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뒤 비평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성토하고 있는 것. 접속자가 워낙 많다보니 사회적 영향력도 상당한 편이다.
현재 '공중질서 확립 운동'의 선봉에 서 있는 것은 디씨인사이드(www.dcinside.co.kr)라는 사이트의 '르포, 스쿠프, 속보 갤러리'라는 게시판.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각종 질서위반 현장 사진들이 가득한 이곳에 누군가 '무법 덤프트럭'이라는 사진을 올려놓자 "본좌도 예전에 덤프의 돌에 본넷트 방법당했었다오. 돌이 새가 되어 날아오더구랴" "덤프기사들은 시간이 생명이라서 벌어 먹으려면 빨리 가긴 해야하오. 허나 1차선 방법은 좀" 등등의 댓글이 덧붙었다.
이들이 올리는 사진 중에는 교통 법규 위반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디지털 카메라를 갖고 다니며 주차 위반, 불법 끼어들기, 브레이크등 고의 고장, 갓길 운전 등을 고발, "공중질서를 지키자"고 강조하고 있다. 또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결성, 혼전동거, 서울 청계고가 폐쇄 등 시사적인 주제를 놓고 활발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대구지하철 참사 때는 현장의 생생한 모습을 속보로 전하며 댓글을 통해 추모 메시지를 공유했었다.
디씨인사이드를 운영하는 (주)디지털인사이드의 박진홍 팀장 "하루 65만명 정도가 사이트를 방문하고 상시 접속하는 사이버 폐인들은 낮 5천명, 밤 2만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스스로를 '사이버 폐인'이라 부르는 이들의 3대 특징은 아침 해를 보며 잠 들고 해가 질 때 일어나 활동한다는 '주침야활',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인터넷에 빠져든다는 '삼시면식', 남들이 알아듣든 말든 속세의 모든 말을 버리고 그들만의 인터넷 언어만으로 의사소통 한다는 '--언수행' 등이다. 이들은 다른 '폐인'이 올린 사진이나 글에 수십개의 댓글을 달아 대화를 나누고, 이때 '무효'(마음에 안듦) '쌔우다'(하다) '방법하다'(괴롭히다.벌주다) '고구마'(관심없다) 등의 그들만의 은어를 쓴다
사이버 폐인족 질서확립 운동에 대해 설준영(28.대구 신천동)씨는 "놀랍다"고 했다. 자신도 그런 사이트에 가끔 들른다는 그는 "보통사람들과 전혀 다른 삶의 패턴을 갖고 그들만의 문화 속에서 사는 이들이 사회의 모순 교정에 참여해 오프라인 사회에까지 영향력을 확장해 가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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